"사망시간 추정 체온, 현장 따라 유동적"…동물이용 법의학실험
이정빈 교수팀, '대기 온도와 24시간 내 같아진다'는 기존 가설에 변수 제기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사람의 내장 기관 중 하나인 직장의 체온과 대기 온도의 차이로 추정하는 사망시간이 현장 특성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과학수사 학설이 처음으로 진행된 동물이용 실험 결과 도출됐다.
25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제주보육교사 피살사건 사망시간 추정 위한 동물이용 실험'에서 사후 7일이 지났음에도 기상적 특성에 따라 사체에서 부패 지연이 발생하고 직장 체온이 대기 온도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가 주관하고 전북청과 제주청 등의 전국 과학수사요원이 참여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4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보육교사 피살사건의 피해 여성 A(당시 29)씨는 2009년 2월 1일 실종됐으며 이후 일주일이 지난 8일 제주시 고내봉 인근 농로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은 시신이 발견된 다음 날인 9일 실시됐다.
당시 피살자의 직장 체온은 13도이고 대기 온도는 9.2도로 조사됐다.
부검의는 당시 직장 체온이 일반적 체온(37.2도)보다 떨어졌으나 대기 온도보다는 3.8도 이상 높은 점을 토대로 사망 시각이 발견 당시인 그해 2월 8일 기준 24시간 이내로 추론했다.
사망자의 직장 체온은 숨진 지 24시간 이내에 대기 온도가 같아진다는 기존 법의학적 일반적인 이론에 따른 결론이다. 소화되지 않은 위의 음식물 등이 나온 것도 고려됐다.
그러나 이정빈 교수 연구진의 연구결과는 이러한 일반 가설을 뒤집었다.
연구진은 비글 3마리와 돼지 4마리를 이용, 최대한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게 온도와 습도 등 기후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대기 온도와 습도 풍향, 풍속, 이슬점 온도를 측정하는 전문 기상관측장비와 직장 체온, 피부 온도, 배수로 온도 등을 24시간 측정했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착용한 의류(상의 무스탕)를 실험동물에 입히기도 했다.
실종 사흘째인 2월 3일 비가 온 날을 고려해 119 소방당국의 협조를 받아 물을 뿌렸다.
실험 결과 사건과 동일하게 사후 7일째 되는 날 오후 8시 30분께에도 현장환경의 특수한 조건인 높은 습도와 낮은 온도, 배수로의 환경적 특성으로 인한 기화열로 사체에서 부패가 지연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착용한 두꺼운 옷과 배수로의 콘크리트 벽으로 인한 보온 효과로 직장 체온이 대기 온도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났다.
이 교수는 "실험 결과 사체 직장 체온이 대기 온도보다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지는 현상이 매일 나타났으며 사후 7일이 지나도 실험용 돼지와 비글에서 부패의 소견이라고 할 만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조사로 사망시간 추정을 위한 직장 체온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법의학적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번 동물실험은 당시 피살자의 사망 시점을 놓고 부검의와 경찰의 의견이 달라 논란이 일었기 때문에 명확한 조사를 위해 실시됐다.
당시 부검의는 기존 일반 이론을 토대로 해 시신 발견 시점인 8일에서 하루 전까지 시점에 사망했다고 추론했으나 경찰은 실종 당일 1일에서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숨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은 2016년 2월 제주지방경찰청에 미제팀을 신설했다. 이날 동물이용 실험 결과에 따라 제주 보육교사 피살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재수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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