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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D-2] '통독 석학' 페니히 교수 "남북한이 최종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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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D-2] '통독 석학' 페니히 교수 "남북한이 최종 결정해야"
"남북 상호의존적 관계 만들 계기돼야…남북회담이 북미회담 의제 설정하길"
"남측이 이니셔티브 가져야…북미 거래위한 '문 여는 도구' 안돼"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베르너 페니히(72) 베를린자유대학 정치학 명예교수는 24일(현지시간)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한이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만드는 정상화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페니히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통일 이전에 18년간 관계 정상화와 협력을 펼쳐왔는데, 한반도에선 불행히도 이러한 경험이 부족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페니히 교수는 "한국은 통일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중요성을 강조한 평화는 현실적으로 유일한 접근방식"이라며 "남북한은 과거에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했지만 효과가 없었는데, 지금 상황은 이전보다 훨씬 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의 의제를 설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성도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초부터 보여준 태도와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하고 인내심 있고 현명한 정책 때문에 사정이 이전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페니히 교수는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위원과 독일 아시아학회연맹 위원을 지낸 한국통으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친분을 쌓았었다.페니히 교수는 독일 통일 당시 미국과 소련, 영국, 프랑스 등 2차 세계대전 전승국들의 입장이 중요했듯이,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과의 관계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을 앞두고 동서독은 완전히 주권을 지니지 않았다. 전승국들이 독일 통일에 동의해야 했고, 특히 소련과 미국의 동의 없이는 통일은 불가능했다"면서 "독일 통일은 유럽 통합의 과정이라는 큰 맥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 정상화 과정이 시작된다면 동북아시아에 이익이 될 것으로, 더 많은 예측 가능성과 안전성, 협력으로 이룰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김 위원장이 포괄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도록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미래에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지배적인 힘을 가지게 될 것으로 미국과 일본은 이에 적응해야 한다. 안정적이면서도 번영하는 한반도는 미래에 중국의 주니어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이웃 나라의 태도가 중요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여기에 나는 '한국 사람들'이 남북한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덧붙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최근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한 데 대해선 "비핵화를 향한 중요한 단계이지만, 핵 능력의 해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라며 "완전한 비핵화는 긴 과정을 거쳐 얻을 수 있는 협상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비핵화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 간에 인식차와 관련해선 "지금까지 핵을 보유한 나라가 핵을 포기한 사례는 없다. 협상에서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은 환상이다"라며 "북한 입장에서 비핵화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 곧 미국이 핵우산 제거와 미군 철수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믿을 만한 안전 보장 없이는 완전한 핵 군축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토를 보장하는 평화조약을 통해 북한 정권이 안전함을 느끼도록 해야 하고, 중국의 참여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페니히 교수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회담이 잘 될 경우 긍정적인 모멘텀을 유지해야 하지만, 성급해선 안 된다"라며 "남한 측이 이니셔티브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이 미국과의 거래를 위해 남한을 단지 '문 여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남북 관계를 둘러싼 '남남갈등'을 조정하는 문제에선 "갈등은 계속될 것이지만, 정상회담에서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결과가 나오면 타협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남북 관계의 '뜨거운 감자'인 북한 인권문제 등에 대응하는 것과 관련해선 "독일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과거 공산당의 자료를 활용해 '동독 공산주의 독재체제 연구를 위한 연방재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독일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이뤄진 방식을 연구해 한국만의 방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남북 간 경제교류 시 주의해야 할 점으로는 "북한을 상대로 착취와 모욕을 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면서 "인프라 프로젝트는 (국가 주도의) 포괄적인 방식 대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고 남측의 재벌과 신자유주의로 의해 신식민주의 현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또한, 인적교류와 관련해 "학교 간, 대학 간, 지역 간에 많은 협력 프로그램이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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