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미국 투자이민 인기 '시들'…미 부동산 시장도 타격
대기자 너무 많은데다 트럼프 반이민 정책도 영향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인 사이에서 미국 투자이민 프로그램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미국 내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50만 달러(약 5억4천만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서 1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영주권을 주는 미국의 투자이민(EB-5 비자) 프로그램은 중국 부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연 1만 개로 제한된 EB-5 비자의 신청자 대부분은 중국인이었다. 연간 500억 달러(약 54조원)에 달하는 비자 신청자의 투자 제시액 가운데 85∼90%를 중국이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중국인 투자이민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 영주권을 신청하려는 중국인들을 불안케 하는데다 EB-5 비자를 신청한 후 영주권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중국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EB-5 비자를 신청한 후 2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최장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더구나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의 가족기업 '쿠슈너 컴퍼니즈'가 투자이민 비자 장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연방검찰로부터 수사를 받은 것도 중국인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이민 변호사인 클렘 터너는 "수년 전만 해도 평균 4억 달러였던 중국인의 EB-5 비자 투자액이 지금은 1천만 달러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며 "이제 2천만 달러 투자면 큰 건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투자이민의 퇴조는 미국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EB-5 비자 발급으로 들어온 중국 자금은 미국의 상업 및 주거용 부동산 프로젝트에 투자된다. 이러한 자금은 비용이 저렴하고 상환 만기가 길어 부동산 개발업자들도 선호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012∼2013회계연도에 미국의 투자이민 제도는 17만4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코넬대의 이민법 교수인 스티브 예일-로어는 "중국인의 미국 투자이민이 정체되고 있다는 것은 좋지 않은 소식"이라며 "이는 미 산업에 타격을 주고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의 개선을 위해서는 영주권 발급의 확대와 투자이민 제도의 안정성 보장 등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기조로 이러한 변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일-로어 교수는 "의미 있는 투자이민 제도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투자이민의 전성기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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