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6월개헌 무산선언…31년만의 기회 사라지나
여야 네탓 공방…드루킹 특검 '강대강' 대치 가속화 불가피
민주 "소중한 기회 물거품"…한국 "개헌 동력 살아있어"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배영경 기자 = 6월 개헌이 결국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투표법이 원래 기간 안에 결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며 "이로써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고, 국민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 준비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시한을 정한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 '데드라인' 23일을 넘긴 지 10시간 만에 문 대통령이 유감 입장을 밝히면서, 여권이 추진한 6월 개헌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끝내 좌절됐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여파로 국회의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국민투표법 개정안 처리 불발로 6월 개헌이 물건너 가면서 여야의 대치는 한층 강대강 충돌로 치달을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이후 촛불정국에서 치러진 대선 과정에서 여야 모두 대선 공약으로 지방선거 때 동시 개헌을 내걸어, 대선 이후 치러지는 첫 전국단위 선거인 이번 지방선거를 87년 이후 31년 만에 헌법을 바꿀 절호의 기회로 거론해 왔다.
여야 모두 현행 5년 단임제 대통령제의 보완 필요성을 인정하고 국민 여론도 개헌의 필요성에 동조하는 현재야말로 개헌의 적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었다.
그러나 개헌 시기를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 속에 절대 개헌저지선(의석수의 3분의1)을 확보한 자유한국당이 6월 개헌에 불가 입장을 내세우며 개헌의 동력이 일정 부분 소진된 게 사실이다.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문제를 놓고도 정부와 여당은 4년 중임제를 선호한 반면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사실상 내각제에 준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 절충점을 찾기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이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정부 개헌안을 발의하자,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이 모조리 등을 돌리며 동력 상실을 부채질했다고 야권에선 주장한다.
표면적으로는 드루킹 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본궤도에 오르지도 못한 개헌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마지막 방아쇠 노릇을 했다.
여야는 6월 개헌 무산을 놓고 네 탓 공방만 이어갔다.
민주당은 무책임한 야당의 국회 보이콧에 절호의 개헌 기회가 무산됐다며 다음 전국단위 선거인 2020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사실상 개헌의 기회가 없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온갖 훼방으로 31년 만에 온 국민개헌의 소중한 기회가 물거품되는 것 같다"며 "발목잡기·지방선거용 정쟁에 눈먼 한국당은 국민의 참정권이 달린 국민투표법과 시대적 과제인 개헌을 걷어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조만간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열어 개헌에 대한 당의 최종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한국당은 6월 개헌이 어려워졌다고 개헌 자체가 불발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여당이 사실상 개헌에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자신들이 맞춰놓은 시간표에 응하지 않았다고 개헌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억지 논리"라며 "개헌의 동력은 분명히 살아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자신들만의 개헌 시간을 갖고 야권을 종용하는 것은 개헌을 하지 말자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자체부터 일을 어그러뜨렸다"면서 "민주당이 더 적극적으로 안을 마련해서 한국당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였어야 했는데,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면 국민이 피곤해 한다"고 여당을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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