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北핵실험·ICBM 중단' 주요뉴스로 보도…신중론도
WP "놀라운 발표…한반도 교착 풀기 위해 외교 활용하려는 노력 일환"
NYT "김정은, 더는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필요치 않다고 발표"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미국 언론은 20일(현지시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을 선언한 사실을 일제히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다만 최대한 발표된 내용 그대로의 '팩트' 전달에 집중하면서 이번 선언의 의미와 평가를 놓고는 신중한 기류를 보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의 선언을 "놀라운 발표"라고 규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고 평가한 발언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다.
WP는 이어 "그러나 김정은의 성명에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는 말이 없었다"면서 "그는 작년에 이룬 빠른 진전에 만족하기 때문에 단순히 동결을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WP는 "그런데도 이번 조치는 한반도의 교착 상태를 해결하고자 외교를 활용하려는 더욱 광범위하고 빠르게 진전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WP는 북한이 미국의 시리아 공격, '인간쓰레기'로 불렀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복귀, 미국에 대한 '극악무도' 표현, '핵 강국' 표현 등을 이번 노동당 보고대회에서 쓰지 않은 점에 주목하면서 과거와 다른 화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그의 나라가 더는 핵무기 시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하지 않으며, 핵실험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또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실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실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주목했다.
NYT는 한국의 전문가들이 김 위원장의 발언 동기를 놓고 상당히 엇갈린 입장을 보인다고 전했다.
NYT는 "어떤 사람들은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도가 전혀 없으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하고 시간을 벌려고 협상을 활용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김 위원장이 안전 보장 등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면 결국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NBC 방송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북한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이 신뢰성 있게 보장되는 목표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발표에 갈채를 보내는 동안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의미가) 덜할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또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성명은 북한이 미사일 또는 핵무기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거나 위성 발사 계획을 중단할 것이라는 어떤 암시도 없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암시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WSJ는 외부 전문가들의 경우 비관론과 낙관론을 균형을 맞춰 보도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조지프 버뮤데스 선임분석관은 WSJ에 "김정은은 "김정은은 놀라울 만큼 국제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잘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시도하는 것은 진전을 지향하는 긍정적인 쪽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지 않을 경우 비난이 미국에 쏠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릴 킴볼 군축협회 사무국장은 WSJ에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는 매우 중요한 약속"이라며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북한이 핵무기 금지 조약에 서명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킴볼은 WP에도 "북한이 핵무기 시험장을 폐쇄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비핵화로 향하는 매우 중요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ABC 방송은 "어떤 분석가들은 김 위원장이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에 들어가고 있고, 핵무기를 크게 감축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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