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음독 시도한 60대, 병원 벗어나 모텔서 결국 숨져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치료받다가 도주…검찰 "감시 의무는 없어"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음독을 시도해 병원으로 이송된 60대 남성이 치료를 받던 중 병원을 벗어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울산 중부경찰서와 울산지법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1시께 울산시 중구의 한 모텔에서 A(6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에서 타살로 의심할 만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검시에서는 제초제를 마시고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유족의 뜻에 따라 부검을 하지 않았다.
앞서 A씨는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하는데 일이 잘되면 일대 임야를 저렴하게 분양해 주겠다"고 속여 피해자에게 1억1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돼 10일 오전 울산지법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A씨는 재판부로부터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자 옷에 지니고 있던 농약을 마셨다.
당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A씨는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위한 심문절차를 진행하던 중 갑자기 음독했다.
A씨는 가까운 병원에서 위를 세척한 뒤,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A씨는 그러나 13일 산책 중에 병원을 벗어났고, 이튿날 중구의 모텔에 투숙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실형을 선고받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치료를 받던 A씨가 별다른 제지 없이 혼자 병원을 벗어난 것을 두고 관리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A씨의 음독 시도 이후 검찰은 A씨에 대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다만,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열흘이고, 병원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에 대해 울산지검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집행되지 않은 피고인의 구속집행을 정지하면 당사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 것과 같다"면서 "그런 신분의 피고인 동향을 24시간 감시할 책임은 어떤 기관에도 없다"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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