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비리 의혹'으로 번진 '물벼락 갑질'
"해외 구입 물품, 회사 물건으로 속여 운송비·관세 피해"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시작된 조현민(35) 대한항공[003490] 전무 파문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비리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한진[002320]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구입한 개인 물품을 회사 물품으로 속여 들여오는 방식으로 운송료와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직원 증언이 나오면서 비리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치기 어린 재벌가 3세의 '갑질' 논란 정도로 여겨졌던 이번 파문이 1주일 새 총수 일가의 조직적인 배임·탈세 등 비위 의혹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20일 다수의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에 따르면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구입한 개인 물품이 수시로 대한항공 비행기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품은 특수화물로 분류됐으며 대한항공 총수 일가를 의미하는 'KIP'(Koreanair VIP) 코드로 관리됐다.
물품 가운데는 가구나 의류, 인테리어 소품, 식품 등 명품과 생활용품 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수 일가의 물품은 개인 물품임에도 대한항공 회사 물품을 의미하는 'INR'(Internal Non Revenue) 코드를 받아 취급됐다고 한다. INR 물품은 회사 안에서 지점·부서 간 주고받는 물건으로 보기 때문에 따로 운송료를 매기지 않는다.
총수 일가가 구입한 물품을 항공기 부품으로 둔갑시켜 들여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정일의 대한항공 수입화물 취급정보를 보면 총수 일가가 물건을 들여온 물건이 수입 일반화물로 잡혀있고, 품명에는 항공기 부품을 뜻하는 영문 'AIRCRAFT PART'라고 표기돼 있다.
항공기 부품은 관세나 부가가치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되는 면세 품목이다.
직원들은 "사적인 용도로 구입한 물건을 회사 물품이나 항공기 부품으로 둔갑시켜 운송비를 내지 않고 관세를 피한 정황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회사에 손실을 끼친 행위는 배임, 정당하게 관세를 내지 않은 부분은 관세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이렇게 들여온 물건을 전달받는 방식은 사내 의전팀 등 직원을 동원해 공항 상주직원 통로를 통해 물건을 빼내거나 회사 물건으로 둔갑시켜 공항 밖으로 이동시킨 뒤 평창동 자택으로 전달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한진 일가 관련 비위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직원들은 이 같은 배임, 탈세 등 의혹 말고도 회사 경영, 항공기 안전관리 등 분야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내놓고 있다.
이미 한진 일가의 일부 탈세 의혹에 대해 관세청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새롭게 제기되는 각종 의혹이 많아 경찰을 비롯한 관계 기관의 조사가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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