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직 여성들, 고객에 의한 성희롱 피해 심각"(종합)
여가부, 중장년 서비스직 여성들과 '미투'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24시간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들은 고객들로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면 시설장 입장에서는 고객을 놓치게 되므로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원장이나 남성 관리자들로부터 성추행당하는 사례도 있는데 대부분 비정규직, 계약직 신분이어서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합니다."
여성가족부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장년 서비스직 여성노동자의 성희롱·성폭력 피해 실태와 정책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서비스직 노동자들은 남성 고객들로부터 빈번하게 성희롱을 당하지만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미화 마트산업노동조합 서울본부장은 "남성 고객이 상품 구매 후 계산대에 있는 계산원에게 농담하듯이 언어적 성희롱을 많이 하고, 폭언하거나 주먹이 올라가기도 한다"며 "이런 피해에 대해 노동자가 고소하겠다고 하면 사측이 점포 매출 저하 등을 우려해 노동자를 회유해 고소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옥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여성 대리운전사의 경우 좁은 공간에서 취객의 음담패설을 하는 견뎌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서비스업의 경우 '고객'에 의한 성희롱·성폭력도 발생하고 있어 업종별, 기업규모별, 지위별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 사측의 성희롱 피해 대응과 관련한 정부 당국의 지침과 철저한 감독 ▲ 노동조합 혹은 노사협의회 차원의 신고센터 운영 ▲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정현백 장관은 "고객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방지 조치나 대응 조치가 보완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미투' 운동을 계기로 문화예술계, 직장, 이주여성 등 분야별 현장 관계자들과 성폭력 정책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직장에서의 성폭력을 주제로 지난달 열린 간담회에서 중장년 서비스직 여성노동자가 경험하는 성희롱·성폭력이 심각하다는 현장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별도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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