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여성은 '욕망의 대상'…남성에 권력 집중된 결과"
국가인권위 미투 토론회…문화예술계 권력구조 문제점 지적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예술계에서 최근 잇달아 성폭력 피해 증언이 나온 가운데 '남성 위주의 권력구조'와 '여성을 욕망의 대상으로 표현하는 차별적 시각'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유지나 교수는 19일 서울 중구 YWCA 4층 대강당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미투 운동 연속 토론회 : 문화예술계 성폭력, 원인은 무엇인가?'에서 영화 생산과 소비 과정의 성차별을 주제로 발표했다.
유 교수는 "누가 한국 영화를 만드나? 제작자와 연출자, 촬영 감독이 주로 남성"이라며 "주로 여성은 욕망 대상으로 그려지고, 여성 관객은 남성적 시선으로 제작된 영화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에서 활동 중인 이연주 연출가도 "연극은 주로 남성 중심적 서사가 여성을 소비하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쓰였다"고 말했다.
이 연출가는 최근 한 연극배우가 '주인공을 맡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머리카락이 길어야 했고 여성스러워야 했으며 그 역할들은 주체적으로 사건을 끌고 가지 못했다'고 회고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는 폭력적 젠더 위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연극이 연출자 개인의 작업으로 인식되고, 연출자가 섭외 권한을 갖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권력구조가 생성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연극단이 '가족'이라는 개념을 활용하면서 연극단의 대표는 '아버지'로 자리매김하는데, '아버지'의 모습은 한국사회에서 봤던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고 남성 위주의 시각이 자리 잡게 된 원인을 분석했다.
남성에게 집중된 예술계의 권력을 분산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인 이성미 시인은 교수나 문예지·출판사 기획위원, 공모전 심사위원의 성비 균형을 맞춰 남성적 시선이 예술을 평가하는 현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종합적으로 짚어보고 성폭력과 성차별의 근본 원인을 확인하는 동시에 관련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된 총 3차례의 행사 중 마지막 순서다. 1차 토론회는 '미투로 연대했다', 2차 토론회는 '도대체 법 제도는 어디에?'를 주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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