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에만 존재했던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 기대감 고조
남북기본합의서에 '정전 상태의 평화 상태 전환 노력' 명시
9·19 공동성명, 10·4 정상선언에도 관련 사항 담겨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한반도에 평화를 불어넣기 위한 과거의 노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전협정의 결과물인 '불안한 평화'를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안정된 평화'로 바꾸기 위한 노력은 그동안 줄기차게 진행됐고, 때로는 합의문에 관련 사항이 담기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19일 통일부에 따르면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첫 시도는 정전협정 체결 직후부터 이뤄졌다.
정전협정 제4조 60항은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하여…(중략)…정전협정이 조인되고 효력을 발생한 후 3개월 내에 쌍방은 한 급이 높은 정치회담을 소집하고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건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한국 및 유엔군 참전국, 북한·중국·소련 등이 참가한 제네바 정치회담이 1954년 4∼6월 열려 한반도 통일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외국군 철수 문제, 총선거 실시방법 등에 대한 대립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1980년대 후반까지는 남북 모두 불가침 협정이나 평화협정 체결을 간간이 제안했지만, 체제 경쟁과 군사적 대립 속에 진지한 논의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첫 의미 있는 성과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이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8년 우리측 제의에 따라 8차례의 예비회담과 고위급회담을 거쳐 우리측 정원식 총리와 북측 연형묵 총리가 서명한 기본합의서에는 평화체제의 핵심인 불가침과 군사적 신뢰구축 등이 모두 담겨있다.
기본합의서 제5조는 "남북은 현 정전 상태를 남북 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라고 돼 있고, 화해와 불가침 방안을 담은 별도의 부속합의서를 채택했다.
화해 부속합의서에는 "남과 북은 현 정전상태를 남북 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적절한 대책을 강구한다"는 대목이 있고, 불가침 부속합의서에는 "상대방에 대해 피해를 주는 일체 무력도발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에는 한미정상 주도로 남북미중 4자회담을 제의한 것이 계기가 돼 1997∼1999년 사이에 6차례 4자회담이 열렸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긴장완화 문제가 논의됐다.
그러나 한미는 '남북 긴장완화' 등을 우선 논의할 것으로 제안했지만, 북측은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2005년 채택된 9·19 공동성명에 평화체제에 대한 사항이 명시된다.
공동성명 4항은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 규정했지만, 비핵화 프로세스가 난항을 겪자 평화체제 포럼 또한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이후 2007년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10·4선언에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담겼다.
그러나 이 또한 한국의 정권교체와 북한의 거듭된 도발 등으로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진행하지 못했다.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합의문에는 과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과거엔 당사국간 뿌리 깊은 불신과 북한의 핵개발 등으로 인해 합의문에 담긴 내용이 이행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에 비핵화에 돌파구가 열리면 남북·북미정상회담을 거쳐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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