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당 회의서 대외정책도 결정…사회주의 정상국가화
최룡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에 앉혀 당내 보고시스템도 갖춰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동당 회의를 잇달아 열어 당 중심의 '사회주의 정상국가' 모습을 보여줬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이 1주일 정도 남고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가 비밀리에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이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주요 대외정책 결정과 실행을 정상적 국정운영 시스템으로 처리해가고 있다.
북한은 오는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열고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혁명 발전의 중대한 역사적 시기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단계의 정책적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려 한다"고 19일 밝혔다. 회의 소집을 위한 노동당 정치국 결정서도 이날 채택됐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9일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 처음으로 이달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사실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당면한 북남관계 발전 방향과 조미(북미)대화 전망을 심도 있게 분석 평가하고 금후 국제관계 방침과 대응방향을 비롯한 우리 당이 견지해나갈 전략전술적 문제들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의 정책 지시가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회의라더라도 중국, 베트남 등 일반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노동당 회의라는 형식의 틀 속에서 절차를 밟아가는 모양새다.
노동당 회의를 통한 국정운영 시스템은 '선군정치'를 앞세웠던 김정일 체제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김정일 체제에서는 당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 등 다양한 형태의 당 회의가 거의 열리지 않았고 열렸다 하더라도 보도되지 않았을 정도로 노동당 회의를 통한 정책 결정은 무시돼 왔고 정책 결정의 핵심은 사실상 군부였던 셈이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에서는 노동당 회의가 연중 1∼2차례 열리면서 모든 정책이 정치국 회의나 확대회의를 통해 논의되고 전원회의나 확대 전원회의를 통해 추인하고 있다.
노동당 중심의 국정운영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을 최고지도자가 겸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간부·당원을 포함해 전 주민에 대한 장악·통제와 인사권을 가진 북한 권력의 핵이고 최고지도자의 눈과 귀라고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부서이다.
이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3년 조직지도부장에 올라 2011년 사망할 때까지 이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김일성 시대에서도 김일성 주석의 동생 김영주가 맡았을 정도다.
이러한 중요한 직책을 김 위원장이 겸임하지 않고 김정은 정권의 2인자로 평가되는 최룡해에게 맡겼다는 것은 노동당 내 통치 시스템도 정상화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된다. 모든 것을 혼자 독점하지 않고 아래 사람에게 자리를 주고 정상적인 보고시스템으로 운영하는 셈이다.
또 노동당 중심의 국정통치는 김정은 위원장의 국정 장악과 통치를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김정일 체제에서 '선군정치'의 이름 아래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던 군부를 노동당의 통제 속에 가두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총정치국장, 인민무력부장 등 군 수뇌부에 대한 잦은 인사와 처벌로 군을 장악한 데 이어 지난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에서 종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을 겸직했던 군 총정치국장을 평위원에 앉히는 등 지위를 꾸준히 낮춰가며 힘을 빼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체제의 특징은 비록 형식적이라도 주요 정책 결정을 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제도적인 틀에서 진행해 나간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통 사회주의당국가를 지향해 나가는 이런 정책 결정 과정은 더욱 외부에 많이 공개될 것 같다"고 말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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