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7부두 대량실직 위기…장금상선 다른 부두로 물량 이전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부산 북항 7부두에 대량 실직의 회오리가 불어닥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적 근해선사인 장금상선이 7부두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를 자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부산항터미널로 몽땅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부산항터미널은 정부의 북항 운영사 통합 정책에 따라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가 합쳐서 2016년 11월 출범했으며, 장금상선은 이 터미널의 지분 42.99%를 가진 최대주주이다.
7부두 하역사인 인터지스는 자사 직원과 현장 하역노동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하고 이달 말이나 5월 초에 공고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이 부두 컨테이너 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장금상선이 6월 말로 부산항터미널로 옮긴다고 공식 통보한 데 따른 자구책 마련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인터지스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7부두에서 월 20피트짜리 기준으로 컨테이너 1만5천~1만6천 개를 하역한다.
연간 20만 개 가까운 물량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매출액이 절반 이상 줄어 현재 월 2억~3억 원인 적자가 월 10억 원 선으로 늘어난다고 인터지스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항을 이용하는 컨테이너 선사들이 한정된 상태에서 장금상선을 대신할 새로운 선사를 유치하는 것도 불가능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7부두의 상시 근무 인력은 인터지스 직원 70여 명, 현장 하역을 맡은 부산항운노조 조합원 101명 등 180여 명에 이른다.
2월에 인터지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1차 구조조정을 했고 14명이 희망퇴직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다.
항운노조 조합원까지 대상을 확대한 이번 구조조정으로 또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항운노조 관계자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조도 고통을 분담해야 하겠지만 최대한 많은 조합원이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애쓸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금상선의 물량 이전으로 일자리를 위협받는 인력은 하역사 직원과 항운노조원에 그치지 않는다.
줄잡이, 지게차 등 부두 내에서 일하는 영세 협력업체 직원들도 일감이 없으면 떠나야 한다.
장금상선은 비용 절감을 위해 7부두 물량을 부산항터미널로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처리하면 부두 간에 옮기는 데 추가 비용이 든다. 한 부두로 물량을 모아서 처리하면 하역료 협상에서도 유리하다.
하지만 7부두를 이용하는 배들이 대체로 20피트 기준 컨테이너 200~500개를 싣는 소형선이어서 중대형선 중심인 부산항터미널의 운영 효율을 떨어뜨려 부산항 전체의 경쟁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북항 전체의 고용 안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항만공사가 300억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지원한 부산항터미널인데도 최대주주가 자사 이익만을 앞세운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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