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 수수관여' 김진모 '윗선' 함구하자…재판장 "거짓말"
재판장 "수석보고 안 하고 비서관이 자금 지원 요청한다는 건 상식 아냐"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불법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윗선'에 대한 진술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재판장이 직접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전 비서관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의 이영훈 부장판사는 18일 재판에서 김 전 비서관이 어떤 경위로 국정원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인지 검찰에 확인을 구했다.
김 전 비서관이 독자적으로 국정원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는지, 아니면 상사였던 당시 권재진 민정수석의 지시를 받고 처리했는지를 살펴보려는 취지다.
검찰은 이 부장판사의 질문에 "피고인이 신문 과정에서 누굴 특정하지 않고 당시 청와대 불상의 상급자들의 희망과 요청 등이 있었다고만 했지, 그게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부장판사는 "민정비서관이 수석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그렇게 처리하는 건 이례적"이라며 "최소한 비서관이 수석과는 상의하거나 사후 보고라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은 "저희가 권재진 수석을 조사할 계획 자체는 검토 중이었다"며 "저희 한계일 수도 있지만 피고인이 밝히지 않아서…"라며 윗선 파악이 쉽지 않았던 사정을 설명했다.
이 부장판사는 "수석에게 보고도 안 하고 국정원 자금을 지원받았을 리가 없다. 이건 상식"이라며 "피고인이 기억이 안 난다고 얘기하는 건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본인밖에 확인해 줄 수 없는 부분을 끝까지 감추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뇌물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여러 상황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확한 유무죄 판단을 위해서는 김 전 비서관의 '솔직한 진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김 전 비서관은 2011년 4월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국정원 특활비 5천만원으로 '입막음'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신승균 국정원 국익전략실장에게 자금을 지원해줄 수 있는지 문의했고, 신 실장에게서 돈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전달받아 그대로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도, 누구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내내 함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