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특사외교로 '간접 대화'…북미 정상회담 '성큼'
비핵화 방법론·완료시기·대북 보상수준 등 구체적 조율 가능성
종전 문제도 의견교환 가능성…트럼프 "남북한 종전 논의 축복"
美 고위관료, 18년만에 북한지도자 면담…트럼프 특사로 정상간 메시지 교환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큼 가시화됐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가 지난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미국 언론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것이어서, 사실상 북미 정상간 '최고위급' 간접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폼페이오 내정자의 김 위원장 면담은 지난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부 장관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만난 이후 무려 18년 만에 미국의 정부 고위급 인사가 북한 지도자를 직접 만난 역사적 사례가 된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의 '내용'에 해당하는 의제들을 놓고 북미 정상 간 상당히 내밀하고 구체적인 메시지가 오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반도 비핵화의 방법론과 조건, 완료 시기, 북한에 대한 보상 수준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방법론의 경우 이른바 리비아식 일괄타결론이냐 이란식 단계적 접근론이냐 등을 둘러싼 양측의 간극이 일정한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았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초 전후를 목표로 추진 중인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상당히 빠르고 긍정적으로 진척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 수락 용의를 보인 이후 공교롭게도 '대북 강경파'로 불려온 폼페이오와 존 볼턴을 잇달아 '외교 투톱'인 국무부 장관과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직에 낙점하면서 제기됐던 일말의 불안감도 가라앉고 있다.
더 나아가 폼페이오 내정자와 김 위원장의 면담에서는 오래된 한반도 휴전 상태를 종식하는 부분까지 논의가 확장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최고위급' 대화가 진행됐다고 소개하고 "그들(남북한)이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며 남북한 간 종전 논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 이전까지만 해도 북미 간 갈등으로 '위기론'의 먹구름이 드리웠던 한반도에서 전격적으로 '한국전 종전 논의'가 거론될 만큼 남·북·미 대화 국면이 급진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불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일들이 잘 진행되면 회담은 아마도 6월 초, 그보다 좀 전에 열릴 수도 있다"며 낙관론에 무게를 둔 것도 성공적인 회담 준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밀리에 자신의 '메신저'로 김 위원장에게 보낸 폼페이오 내정자는 초기부터 CIA 내부의 전담팀을 이끌고 회담 준비를 진두지휘해온 인물이다.
하원의원 출신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정보 수장에 전격 발탁된 데 이어 국무부 장관에까지 지명될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그런 만큼 대북 협상에서도 어느 정도 '전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이나 정권 교체를 선호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던 폼페이오 내정자가 김 위원장을 만난 이후인 지난 12일 자신의 국무부 장관 인준을 위한 청문회에서 비교적 온건한 발언을 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폼페이오 내정자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고 기꺼이 답하겠다"고 답했고, 예방타격론에 대해선 "법률적 논란이 많다", "외교적 수단을 소진하지 않았다" 등의 답변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특히 김 위원장이 원하는 '카드'에 대해 "그는 지금 자신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포기하는 것을 다루는 회담에서 자신의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어떤 조건을 내놓을까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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