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알루미늄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 초래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러시아의 알루미늄 업체 루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글로벌 공급망에 일대 혼란을 조성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제재 조치는 당초 리오 틴토 그룹을 포함한 경쟁사들에게는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긴밀하게 얽혀있는 공급망이 경색되는 결과를 빚고 있다는 것이다.
리오 틴토는 중국을 제외하면 루살에 이어 2위를 달리는 알루미늄 생산 업체이며 원료인 보크사이트의 생산량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보크사이트를 알루미나로 전환하는 중간 생산 단계에서는 루살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루살은 대부분의 알루미나를 러시아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국외에도 여러 개의 알루미나 가공 공장을 두고 있다. 자메이카와 아일랜드 공장의 생산능력은 각각 120t과 200만t으로, 루살의 해외 생산량 가운데 근 3분의 2를 담당한다.
특히 루살의 아일랜드 공장은 리오 틴토의 기니 광산에서 보크사이트를 사들여 이를 알루미나로 가공한 뒤 유럽 각지의 알루미늄 제련들에 판매하고 있어 유럽 공급망에서는 중심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리오 틴토 같은 업체들은 이런 상호 의존적 관계 때문에 보크사이트의 새로운 구매선, 제련소들에 공급할 알루미나의 새로운 공급선을 물색해야 한다는 형편이다.
다수의 광산업체와 알루미나 가공업체, 알루미늄 생산 업체들은 가격 상승으로 혜택을 입기보다는 당장 정상 가동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제련소들에게 생산 중단은 재가동에 드는 비용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루살은 이미 일부 공급물량에 법률상의 '불가항력'조항의 적용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오 틴토도 지난 6일 일부 공급물량에 '불가항력'조항의 적용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더는 루살에게 보크사이트를 판매하거나 루살로부터 알루미나를 공급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정통한 소식통들은 리오 틴토가 현재 거래선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는 한편 재고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일부 공장을 멈춰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지난해 리오 틴토의 스코틀랜드 제련소를 사들인 리버티 하우스도 루살의 아일랜드 공장에서 알루미나를 공급받고 있었다. 한 소식통은 이 회사도 공급선을 찾기 위한 비상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설팅 업체인 CRU 그룹의 한 관계자는 "루살 아일랜드 공장의 장기 바이어들이 대책을 모색하는 동안 시장은 아주 빠듯할 것"이라고 말하고 유럽 지역에서는 그 갭을 메울 공급선이 그리 많지 않다고 전했다.
알루미나 가격은 지난주 25% 이상 치솟은 데 이어 사상 최고치로 달리고 있다. 루살 사태 외에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브라질 알루미나 가공 공장의 감산이 겹친 탓이었다.
노르스크 하이드로가 운영하는 브라질의 알루미나 공장은 환경 오염을 내세운 현지 법원의 강제 집행 명령에 따라 지난 2월 말부터 생산량을 50%나 줄인 상태다.
인도 국영 회사인 내셔널 알루미늄은 반사 이득을 거두는 기업에 속한다. 이 회사는 지난주 3만t의 알루미나를 공개 입찰을 통해 t당 601달러의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알루미늄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알루미늄 가격은 17일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1.5%가 오른 t당 2천435달러를 찍었다. 이는 2011년 9월 이후 6년여 만에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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