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본게임은 이란-이스라엘?
시리아 내 이란 군기지 싸고 전운 고조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이란이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시리아 내 거점 확보에 나서면서 숙적 이스라엘과의 또 다른 전운이 고조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군 시설 위성사진을 공개하면서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앙숙이면서도 테헤란과 예루살렘이 1천 마일(약 1천600km) 이상 떨어져 지상군이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작았다. 하지만 이란이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시리아 내에 군사기지를 구축하면서 이스라엘이 강력 반발, 쌍방간의 본격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시리아를 둘러싼 실제 본게임은 이란-이스라엘 대결로 앞서 미국 등 서방의 시리아 공격은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지적(더타임스)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미 2013년 이후 100회 이상 시리아에 공습을 가해왔으며 주목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그룹이었다.
이스라엘 측이 상대방의 대응을 축소하기 위해 '조용하게' 공습을 단행한 데다 이스라엘 및 이란과 모두 양호한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용인하면서 이스라엘의 공습은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스라엘의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다. 시리아 내 드론 기지를 공습하던 이스라엘 전투기가 시리아 대공망에 격추당하자 시리아 군기지를 보복 맹폭했다.
두마 지역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한 직후에는 시리아 중부 홈스의 공군기지를 폭격해 이란 군사고문단 7명이 사망했다. 특유의 예방공격을 가차 없이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리아 내전의 조정추 역할을 해온 미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감소하면서 이제는 이란과 이스라엘 양 분쟁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시리아로부터 철군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러시아 역시 서방의 공격을 제어하지 못하는 등 종전과 비교하면 현저히 영향력이 약화했다는 평가다.
시리아 내전 양상도 이스라엘-이란 대결이 중복하면서 복잡하게 변하고 있다. 내전보다 이스라엘-이란 대결이 사태의 핵심 이슈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양측간 충돌이 벌어질 경우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지역에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러시아의 역할도 더욱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시리아에서 전략적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란은 시리아 내에 영구 군사기지를 구축하려 하고 있으며 반면 이스라엘은 코앞에 들어서는 이란의 군기지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을 아우르는 이른바 시아파 벨트를 구축해 이스라엘을 포위하려는 전략이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이란의 영구적인 육해공군 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레드라인'(금지선)으로 간주하고 있다.
만약 이스라엘과 이란이 본격 충돌할 경우 지정학상 양국 군이 직접 충돌할 가능성은 적으나 공군력에 의한 타격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F15, F16 등 첨단 미제 전투기를 앞세워 이란 목표물에 대한 외과적 타격을, 여기에 이란은 탄탄한 방공망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또 이란의 대리인격인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항전할 가능성이 크고 이스라엘이 다시금 가자지구와 레바논을 침공해 이란의 세력을 제거할 할 수도 있다.
특히 근래 전력을 강화해온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미사일을 포함해 약 10만 발의 각종 장거리 공격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이스라엘에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
시리아 내 이란군 거점의 구축과 헤즈볼라의 무장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대응 공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시리아 아사드 정부군이 이스라엘과 인접한 남서부 지역 반군 소탕에 나서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이란은 당면 목표가 아사드 정권의 존속이기 때문에 이스라엘과의 정면 대결을 자제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리처드 머피 전 시리아주재 미 대사는 CNBC 방송에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지금은 도저히 이스라엘과 상대할 상황이 아니라면서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이 전면전은 자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습이 보복을 촉발하고 이것이 폭력의 악순환을 초래할 잠재력이 상존하는 만큼 시리아 전황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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