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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시리아에 너무 깊숙이 개입…아사드의 인질 된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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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시리아에 너무 깊숙이 개입…아사드의 인질 된 푸틴"
한 유럽외교관 "러시아가 왕따 국가처럼 비치기 시작"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푸틴은 시리아 내전에 너무 깊숙이 개입해 아사드의 인질이 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시리아 사태를 분석한 기사에서 인용한 모스크바 주재 한 유럽국가 외교관의 진단이다.
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 주재 외교관들은 이번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러시아의 강력한 아사드 지지가 수반하는 위험을 보여준다면서 러시아가 자신을 점점 위험한 코너로 몰아넣고 있고 더 폭넓은 러시아의 이익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親)러시아 국가의 한 외교관은 "러시아는 시리아 주권의 수호자, 서방의 정권교체와 영토분할 책략에 맞선 전사로서 스스로를 묘사하고 있지만, 국제적 범법자인 아사드와 파트너가 되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왕따 국가처럼 비치기 시작했고 점점 더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시리아 반군 거점지역인 동구타 두마에서 자행된 화학무기 공격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해 "짐승 같은 아사드를 지지한 책임이 있다.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비난을 강력반박하고 심지어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것 자체도 부인했다.
이에 미국은 영국 및 프랑스와 함께 지난 14일 시리아 화학무기 관련 시설 3곳을 공습하고 나섰다.
FT는 푸틴의 입장이 러시아에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새로운 위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판단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15일 아사드 지원을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계획을 밝혔다. 이는 러시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루살'의 오너 올레그 데리파스카 등 러시아 올리가르흐(신흥재벌) 7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한 지 일주일만이다.
하지만 모스크바 주재 외교관들은 푸틴이 아사드 지지를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푸틴은 2015년 시리아 군사개입에 나서 시리아 정부군이 유리한 상황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모스크바 주재 한 유럽 외교관은 "푸틴이 시리아 내전에 너무 깊숙이 개입해 아사드의 인질이 됐다"고 표현했다.
설령 아사드가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한 혐의로 기소되더라도 러시아에는 아사드 포기 옵션이 없다는 게 러시아인 중동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동 3개국 주재 경험이 있는 한 러시아 외교관은 "시리아의 안정과 영토보존을 보장할 (아사드) 대안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신문은 아사드에 대한 강력한 지지는 신뢰나 아사드에 대한 개인적 선호라기보다는 중동, 더 넓게는 국제무대에서 미국 견제라는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 이유를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시리아 평화협상에서 시리아의 反아사드 세력들과 협상한 러시아 대사 출신의 한 인사는 "미국이 시리아를 분할하는 데 힘을 쏟고 있어 러시아·이란·터키 등이 중재한 방안이 유일한 합리적 방안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반(反)아사드 진영은 아사드가 승리를 자신할 선거 실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신문은 러시아의 대(對) 시리아 정책은 지금까지 정책목표들이 혼재된 양상이라고 소개했다.
옛 소련 시절 이후 약화한 시리아 내 러시아의 경제적 국익 보호, 러시아의 이웃들과 러시아 내 무슬림 지역들에 대한 이슬람 극단주의세력의 위협 대처, 미국의 집중을 산만케 해 중동에서 러시아 영향력의 부활 기회를 찾고, 푸틴이 국제적 불안정의 원천으로 오랫동안 여겨온 정권교체를 막는 것 등이라고 나열했다.
러시아인 중동정책 전문가인 니콜라이 코즈하노프는 최근 논문에서 "러시아의 군사전술은 아사드 정권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것이 시리아가 리비아나 이라크 전철을 밟는 것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에서 이행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에게 시리아의 중요성은 그 이상이다.
러시아 국영 싱크탱크인 러시아국제문제위원회(RIAC) 분쟁 전문가인 그리고리 루캬노프는 "시리아는 미국에 맞선 저항의 영역, 미국에 맞선 이념적 대치의 영역"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시리아에 걸린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급격히 불어났다.
러시아의 對유럽·미국 관계는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독살시도로 이미 곤두박질쳤다. 러시아 엘리트의 매파들은 이런 흐름을 붙잡아 푸틴에게 서방과의 협력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라는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
러시아인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미국이 지난 주말 시리아에서 직접적 군사충돌은 피했지만 아사드 정권과 화학무기 사용을 두고 더욱 견고해진 이들의 입장은 미·러 관계를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이래 가장 위험한 대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안드레이 코르투노프 러시아국제관계위원회 소장은 "더는 이성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더 의지가 강한지 직감의 문제"라고 말했다.


jungw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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