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생사기로' 한국GM, 노사 대타협만이 살길이다
(서울=연합뉴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국GM의 운명을 결정할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와 한국GM은 오는 20일을 자금고갈 시점으로 못 박고, 이날까지 노사 합의로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법정관리 신청을 불사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자구안 마감 시한이 임박해오자 한국GM은 법정관리 신청을 위한 내부 준비에 착수했다. 노사 간 막판 대타협이 없으면 한국GM의 법정관리 행은 불가피해 보인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GM 노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며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16일 인천 부평공장에서 제8차 임단협 교섭을 벌여 협상을 재개했지만 각자 기존 입장만 고수했다. 사측은 노조가 1천억 규모의 복지후생비를 줄이는 자구안에 잠정 합의해야 부도를 막을 수 있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합의가 없으면 신차 배정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이 있어도 회사가 적자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도 호소했다고 한다. 반면 노조는 지난 2월 폐쇄된 군산공장에서 희망퇴직 후 남은 인력 고용 문제에 대한 대안과 회사 장기발전 계획 등을 놓고 일괄 타결을 요구하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노조는 앞서 지난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가 17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노조는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으며 향후 투쟁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GM의 오늘날 사태는 노사 모두의 공동책임이다. GM 본사는 2013년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이로 인해 결정타를 맞을 한국GM 군산공장을 위한 대책 마련을 소홀히 했다. 그 결과 한국GM은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약 3조 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 와중에 GM 본사는 비싼 연구·개발비와 고리의 대출금 등으로 한국GM에 큰 부담을 안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노조 또한 어려운 회사 사정에도 비용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에는 눈을 감은 채 제 몫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다. 한국GM 근로자의 2017년 기준 임금은 15년 전인 2002년의 2.5배로 증가했고, 2015년 기준 회사 총인건비는 2010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노조는 임단협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수시로 파업도 벌였다. 노사 모두 이런 과오를 겸허히 인정하고 회사를 살릴 자구안에 대승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더 지체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노사 합의가 불발돼 한국GM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청산 절차를 밟는 것은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다. 그 경우 한국GM 임직원과 협력업체 근로자, 지역 상인 등 약 30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한국GM 노사와 산은, 나라 경제 모두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시나리오다. 현재 노사가 벌이는 극단적 대치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산은을 상대로 향한 '벼랑 끝 전술'이란 비판도 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정부와 채권은행이 설마 파산을 두고 보겠느냐며 각자 이익을 위해 막판 줄다리기를 한다는 것이다. 오해가 없도록 정부와 산은은 금호타이어, STX조선 등의 사례에서 보여준 것처럼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고통 분담 후 자금 지원'이란 기업 구조조정 원칙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 GM 본사도 한국GM에 대한 대출금 약 3조 원을 출자로 전환하고 연간 2천억 원에 달하는 금융 비용을 줄이겠다는 애초 약속을 차질없이 이행해야 한다. 한국GM의 이해 당사자들은 남은 시간 안에 적절한 해법을 마련해야 공멸을 피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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