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내하청 8천명 직접 고용…'무노조 경영' 변화오나(종합)
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 정규직 전환…다른 대기업 확산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삼성전자서비스가 17일 사내하청 근로자 8천여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것은 파격적 조처로 풀이된다.
사내하청 또는 사내하도급이란 원청업체에서 일감을 따온 하청업체의 노동자가 원청업체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사내하청은 파견근로자와 달리 원청업체에서 2년을 초과해 근무해도 원청업체의 정규직이 될 수 없다.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 노조인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2013년부터 삼성전자서비스 측에 근로자 지위를 인정할 것을 요구해 왔다.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고 있으므로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라는 것이다. 파견 근로자와 달리 사내하청 근로자는 원청업체로부터 직접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월 1심 판결에서 삼성전자서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서비스기사들을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이에 앞서 고용노동부는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해 제기된 불법 파견근로 의혹에 대해 수시 근로감독을 벌인 뒤 "종합적으로 보면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YNAPHOTO path='PYH2018041715410001300_P2.jpg' id='PYH20180417154100013' title='삼성,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 caption='(서울=연합뉴스) 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병훈 사무장(왼쪽부터), 곽형수 수석부지회장, 나두식 지회장,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이사, 최평석 전무가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에 합의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연합뉴스]photo@yna.co.kr' />
삼성전자서비스의 이번 직접 고용 결정은 이 같은 사법·행정기관의 판단과 무관하게 협력업체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그 규모 면에서도 90여개 협력사의 8천여명에 달해 재계에서는 이례적이고 전향적인 조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이번 조처는 협력업체 서비스기사들에만 해당된다. 콜센터 직원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번 결정은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사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물꼬를 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재계 1위인 삼성의 이번 결정으로, 비슷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다른 대기업 사업장에서도 대기업이 사내하청 근로자를 직접 채용하는 등의 변화가 잇따를 수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번 결정으로 일감을 잃게 되는 90여개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따로 대화를 통해 적절한 보상 방안 등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YNAPHOTO path='C0A8CA3C00000162BCC682E4000375D6_P2.jpeg' id='PCM20180413000183887' title='삼성전자서비스 [연합뉴스TV 제공]' caption=' ' />
실제 삼성전자서비스도 이번 합의 뒤 "삼성전자서비스는 합법적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고, 노사 양 당사자는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회사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 측은 노조 활동 보장은 당연한 언급이고, 특별히 노조 관련 기조가 바뀔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성그룹 전체로 보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외에도 삼성지회(삼성물산 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 삼성에스원 노조, 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SDI·삼성엔지니어링 노조 등 8개의 노조가 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협력업체 노동자에서 원청업체 정규직으로 신분이 전환되면 자연스럽게 노조가 계승되면서 노사 협상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경우 삼성전자서비스의 모회사이자 그룹의 간판 계열사인 삼성전자에도 노조가 설립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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