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70명 탄 난민선 바다로…안다만해 떠도는 '보트피플'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난민 70명을 태운 선박이 지난 12일 미얀마를 탈출해 말레이시아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동남아 지역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Fortify Rights)의 공동 설립자인 매튜 스미스는 "이 배는 조난되거나 태국에 상륙하지 않는다면 다음 주 중 말레이시아 해역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아침 로힝야족 70명을 태운 채 라카인 주의 주도 시트웨를 출항한 이 배는 말레이시아가 영해 진입을 거부하면 태국이나 인도네시아행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스는 "이는 극히 위험한 여정"이라고 말했다.
배의 크기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람을 태운 탓에 식량과 식수가 부족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날씨가 조금만 나빠도 전복될 위험이 크다.
실제, 이달 6일 인도네시아 서부 아체주 인근 해역에서 구조된 로힝야족 난민들은 전원 심하게 탈진한 상태였다.
이들은 애초 10명이 함께 출발했지만 20여일에 걸친 항해 과정에서 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같은 달 3일 말레이시아 해역에서 현지 해경에 나포된 로힝야족 난민선은 소형 어선에 불과한데도 56명에 달하는 난민이 타고 있었다.
안다만 해에 로힝야족 난민선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수년만의 일이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불교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기본권이 박탈된 채 심각한 박해를 받아왔다.
작년 8월부터는 미얀마 군경이 벌인 로힝야족 반군 토벌 작전이 집단 학살로 이어지면서 7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고, 2012년에도 대규모 유혈충돌이 발생해 2만5천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목숨을 건 해상탈출을 감행한 바 있다.
목적지는 주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이었으며, 배가 전복되는 바람에 난민들이 무더기로 숨지는 참사도 빚어졌다.
이런 난민선은 태국 정부가 해상단속을 강화하면서 사라졌지만,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이었던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마저 로힝야족 문제를 외면하는 등 사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인권단체들은 방글라데시 난민촌의 열악한 생활에 염증을 느낀 로힝야족 난민들의 해상탈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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