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혐의 남성 항소심서 무죄…"증거조작 배제 못하고 시료 봉인도 미흡"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경찰의 간이시약 검사에서 마약 양성반응이 나온 소변량과 모발 개수가 수사 과정에서 변동되거나 늘어났다면 마약투약 혐의 증거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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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형사항소7부(김종수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41)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하며 마약투약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5월 24일 새벽 부산에서 택시에 승차해 신용카드 단말기를 파손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뒤 마약 간이시약 검사 결과 양성반응이 나와 마약투약 혐의도 추가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A 씨는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경찰이 A 씨에게 채취한) 소변과 모발의 양이 계속해서 변동된 점, 경찰관이 피고인 앞에서 소변과 모발을 봉인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각 시료에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다고 담보할 수 없다"며 "시료 감정 결과 양성반응이 나왔지만 투약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경찰이 채취한 A 씨 소변과 모발은 경찰 채취동의서에는 소변 30㏄·모발 50수였지만, 감정의뢰서에는 소변량이 50㏄로 늘었다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작성한 감정서에는 소변량이 40㏄로 줄고 모발 개수는 60수로 늘어났다.
같은 시료를 인수인계하며 그 양이 변동되거나 심지어 늘어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어 "A 씨가 평소 처방받아 복용한 향정신성의약품(라제팜정 등)에는 필로폰 성분이 없으나 마약 간이시약 검사시 양성반응이 나올 수 있고, 경찰이 A 씨에게 제출받은 소변을 바로 간이검사하지 않은 이상 검사에 사용된 소변이 A 씨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필로폰 투약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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