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가슴 속까지 뒤흔드는 출렁다리
(원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출렁다리 열풍이 불고 있다. 파주 감악산과 마장호수, 통영 연대도~만지도, 청양 천장호, 여수 하화도, 강진 가우도 등 출렁다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전국적으로 50개에 달한다. 통영 연화도~우도, 김천 부항댐, 순창 채계산, 예산 예당호, 대구 팔공산 등 설치 예정인 곳도 많다. 환경 훼손 우려가 적고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출렁다리의 인기가 치솟는다.
◇ 평일에도 등반대회 열린 듯 '인산인해'
지난 4월 9일 월요일 오전 11시. 소금산 출렁다리로 가는 관문인 간현관광지 주차장에는 평일임에도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빽빽하게 들어차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10여 분 넘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겨우 빈 곳을 찾아 주차하고 산행에 나섰다. 출렁다리 쪽으로 안내하는 이정표를 찾을 필요도 없이 화사한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을 뒤따르기만 하면 됐다. 산 아래까지 이어진 사람들의 행렬을 보니 마치 등반대회라도 열린 듯했다. '인산인해'란 말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라 할까.
섬강을 가로지르는 간현교에 들어서면 현재 레일바이크만 오가는 철교 뒤로 오형제바위와 초록빛 강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한수를 돌아드니 섬강이 어디메뇨, 치악이 여기로다"라고 예찬한 바로 그 절경이다.
다시 삼산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옥수수 동동주인 '출렁다리 출렁주'를 가득 쌓아놓은 식당이 방문객을 맞는다. 한쪽에선 이곳 특산물인 버섯과 약단밤을 팔고 있다. 수수부꾸미, 고기만두 등을 안주 삼아 한 잔씩 들이켜는 이들도 있다.
등산로는 나무 계단 길과 흙길이 있는데 대부분 계단 길을 선택한다. 사람들을 따라 계단 길을 오른다. 계단이 설치된 곳은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꼭대기까지 울긋불긋한 빛깔이 길게 이어진다. 계단 길은 폭도 넓지 않아 앞사람 등을 보며 졸졸 따라가야 한다. 병목현상이 빚어져 오르다 멈추기를 반복해야 한다.
◇ 여기저기서 짤막한 비명…두려움 섞인 미소도
그렇게 30여 분을 올라 소금산 출렁다리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 양쪽은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무척 혼잡했다. 인파를 비집고 들어가니 드디어 하늘색 출렁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폭 1.5m의 출렁다리는 오가는 사람들로 와글와글했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지상 100m 높이에 있는 암벽 봉우리 2개를 연결해 만들었다. 지난 1월 개통한 이 다리는 길이가 200m로 청양 천장호 출렁다리(길이 207m)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긴 출렁다리였지만 길이 220m의 파주 마장호수 출렁다리가 올 3월 준공되면서 3위로 밀려났다. 물론 산악보도교 중에서는 가장 길다.
행렬을 따라 출렁다리에 발을 디뎌 본다. 길이가 200m라고 하지만 맞은편 봉우리까지 거리가 생각보다 멀어 보이지 않는다. 출렁다리는 정말로 출렁거린다. 상하좌우로 흔들리며 수차례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자칫 튕겨 나가 까마득한 계곡 아래로 떨어질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든다. 여기저기에서 짤막한 비명이 들려오고 두려움 섞인 미소가 깃든 얼굴들도 볼 수 있다.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고 출렁다리 중간쯤에서 아래로 눈길을 돌리자 비경이 펼쳐진다. 푸른 물줄기를 따라 하얀 모래톱이 이어지고, 조그만 다리들은 물길을 가로지른다. 선경이 따로 없다. 이것이 바로 소금산 출렁다리의 하이라이트였다.
맞은편 끝에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온다. 이곳도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무리가 한가득하다. 어떤 이들은 다리로 되돌아가고, 어떤 이들은 오른쪽 흙길을 따라 하산하고, 또 어떤 이들은 소금산 정상을 향한다. 소금산 정상을 찍고 주차장으로 돌아가면 2시간 정도 더 걸린다.
다시 출렁다리를 건너 한쪽에 설치된 길이 12m의 스카이워크 전망대에 섰다. 철재 바닥이 훤하게 뚫려 있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출렁다리보다 더 아찔하다. 아래로는 계곡을 따라 물길이 휘도는 맑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고공에서 짜릿한 기분을 맛보고 내려가는 길. 여기저기 나뒹구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과자 봉지, 비닐, 종이 쪼가리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원주시는 2020년까지 간현관광지를 스릴 만점의 테마 관광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주차장에서 출렁다리까지 길이 700m의 곤돌라를 놓고, 소금산에서 간현산으로 가는 250m 구간에는 투명한 유리다리를 설치할 예정이다. 출렁다리부터 소금산 정상까지 하늘정원 수목원길이 조성되고, 고도 200m의 소라계단과 잔도(棧道)도 생긴다. 출렁다리는 올해 7월 1일부터 유료화(1인당 3천원, 7세 이하 무료)된다.
◇ 소금산 비경 선사하는 풍경열차
간현관광지 인근에는 원주레일파크가 있다. 이곳에는 풍경열차로 철도여행을 한 뒤 돌아올 때 레일바이크를 체험하는 일석이조 코스가 마련돼 있다.
풍경열차는 간현역에서 출발해 판대역까지 7.8㎞ 구간을 달린다. 빨강과 흰색으로 칠해진 열차는 햇볕을 가리기 위해 천장에 천을 씌웠고,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측면을 개방했다. 꽁무니에 레일바이크 수십 대를 매단 열차는 느린 속도로 섬강을 건너고 소금산 아래를 통과하며 비경을 선사한다.
판대역에서는 같은 구간을 레일바이크로 돌아온다. 완만한 경사가 이어져 힘들이지 않아도 잘 나아간다. 구간 곳곳에는 총 6개의 이벤트 터널이 있다. 레이저 조명과 신나는 음악이 나오는 터널, 목청 높여 소리 지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고함터널, 사랑을 고백하는 터널 등이 조성됐다.
홍은성 원주레일파크 팀장은 "소금산 출렁다리가 개통한 후 레일바이크를 체험하는 인원도 이전보다 10배 정도 증가했다"며 "소금산 출렁다리를 방문한 후 이곳에서 레일바이크를 타면 간현관광지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레일바이크는 오전 9시 30분부터 1시간 40분 간격으로 하루 5~6회 운행한다. 풍경열차와 레일바이크 체험 시간은 1시간 20분이다. 요금은 2인승 3만8천원, 4인승 4만8천원.
◇ 이름난 출렁다리 또 어디에
▲ 파주 마장호수 흔들다리 = 길이 220m, 폭 1.5m의 흔들다리로 올 3월 개통했다. 보도용 현수교로는 국내 최장이다. 몸무게 70㎏ 성인 1천280명이 한꺼번에 지날 수 있으며, 초속 30m의 강풍도 견딘다. 진도 7 규모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게 설계됐다. 마장호수 일원은 체류형 수변 테마 체험 공간으로 조성됐다. 호수의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높이 15m 전망대와 조망 덱 2곳이 마련됐고, 호수 둘레 3.3㎞ 구간에 산책로가 설치됐다. 호수에서는 카누와 카약을 즐길 수 있다.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캠핑장이 있다.
▲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 =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감악산(675m)은 개성 송악산(705m), 포천 운악산(936m), 가평 화악산(1,468m), 서울 관악산(629m)과 함께 경기 5악(五岳)으로 불린다. 감악산 등산로를 따라 10분을 걸으면 2016년 개장한 길이 150m, 폭 1.5m의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지상까지 거리는 45m. 양쪽 계곡을 연결한 현수교 형태로 다리 양쪽 끝 언덕 위에는 주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감악전망대와 운계전망대가 들어서 있다.
▲ 여수 하화도 꽃섬다리 = 하화도(下花島)는 여수 화정면 백야도 선착장에서 배로 40분 거리에 있는 섬이다. 임진왜란 때 피란하던 인동장씨 가족이 동백꽃, 선모초, 진달래꽃이 핀 이곳에 정착하면서 꽃섬이라 불리게 됐다. 하화도 서쪽에는 길이 100m의 꽃섬다리가 놓여 있다. 해수면에서 65m 높이에 설치돼 다리에서 보면 깎아지른 절벽과 푸른 바다가 발아래 펼쳐진다.
▲ 통영 연대도-만지도 출렁다리 = 만지도와 연대도는 통영 앞바다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두 섬을 잇는 길이 98m, 폭 2m의 다리에서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 품은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산양읍 연명항에서 배를 타면 섬에 닿을 수 있다.
▲ 청양 천장호 출렁다리 = 길이 207m, 폭 1.5m, 높이 24m의 다리다. 다리에는 청양 특산물인 구기자와 고추를 형상화한 높이 16m의 주탑이 서 있다. 상하좌우로 30~40㎝ 정도 흔들리게 설계돼 있다. 다리를 건너면 칠갑산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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