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또다시"…끊이지 않는 재벌가 '갑질'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35)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을 향해 물이 담긴 컵을 던져 물의를 빚으면서 과거 재벌 2·3세들의 유사한 '갑(甲)질' 행태가 다시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13일 광고업계와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자사 광고를 대행하는 A 업체의 광고팀장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소리를 지르고 물이 든 컵을 집어 던졌다.
조 전무의 부적절한 처신이 알려지며 비난 여론이 높아졌고, 경찰도 조 전무의 행동이 폭행이나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내사 결과에 따라 조 전무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고 폭행죄 등으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우선 한진가(家) 자녀가 물의를 일으키자 2014년 벌어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 회장의 장녀이자 조 전무의 언니인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년 12월 '땅콩회항' 사건으로 공분을 사고, 검찰에 구속기소 돼 처벌을 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당시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이던 대한항공 여객기를 돌려 세우고 사무장을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고작 견과류 포장을 뜯어서 주느냐 뜯지 않고 주느냐 하는 사소한 문제로 비상식적인 행태를 벌인 데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조 전 부사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자숙하는 시간을 보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자녀도 각종 물의를 일으켜 비판을 받았다.
김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29) 씨는 작년 1월 만취 상태에서 술집 종업원을 때리고 난동을 부려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서울 청담동 한 술집에서 술에 취해 종업원 두 명의 뺨과 머리를 때리고, 경찰서로 가는 순찰차 안에서 유리문을 걷어차고,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김씨는 집행유예 기간인 지난해 9월에도 서울 종로구 한 술집에서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 11명과 술자리를 하던 중 술에 취해 변호사 2명에게 행패를 부린 혐의로 다시 수사를 받았다.
피해 변호사들이 김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 처벌은 면했지만 여론의 질타를 피하지는 못했다.
2016년 12월에는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36) 이사가 술집에서 난동을 부려 도마 위에 올랐다.
장 이사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종업원과 시비가 붙어 진열장에 물컵을 던져 양주 5병을 깨는 등 소란을 피우다 입건됐다.
장 이사의 생일 케이크를 술집에 대신 사 오게 한 뒤 거스름돈을 받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운전기사를 상대로 폭행 등 갑질을 일삼은 행태도 있었다.
현대가(家) 3세인 정일선(48) 현대 BNG스틸 사장은 3년 동안 운전기사 61명을 주 56시간 이상 일하게 하고 이들 중 한 명을 폭행해 작년 2월 법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정 사장은 A4 용지 140여장 분량의 매뉴얼을 만드는 등 운전기사들에게 갑질을 해온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해욱(50) 대림산업 부회장도 자신의 운전기사 2명에게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1천500만원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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