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모차르트 외교 속 中 일대일로 유럽으로 확장
오스트리아, 2020년 일대일로 새 역 건설 합의…총영사관도 늘려
영국·프랑스는 중국 '의도' 경계하며 서명 거부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올 하반기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을 맡는 오스트리아가 중국과 빠른 속도로 밀월 관계를 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신화 통신은 오스트리아 APA통신을 인용해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7∼13일 중국 국빈 방문을 커다란 성공으로 평가했다면서 양국이 15억 유로(1조9천786억원) 상당의 사업 계약도 했다고 전했다.
국빈 방문 기간 오스트리아는 중국 쓰촨 청두(成都)에 총영사관을 열었다.
중국 내 오스트리아 총영사관은 네 곳으로 늘었다. 청두 외에도 상하이와 홍콩, 광저우에 총영사관이 있다.
쓰촨 지역은 자이언트 판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와 중국은 2003년부터 이미 자이언트 판다로 외교 관계를 다져왔다.
오스트리아는 이번 방중에 판데어벨렌 대통령과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함께 나섰다. 대통령, 총리, 장관 4명에 재계 인사가 동반한 사절단은 200여 명이 넘는 대규모로 꾸려졌다.
모차르트가 어렸을 때 사용했던 바이올린도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고위 관료들 앞에 선보이면서 부대 행사의 격도 한층 높였다.
일곱 살 소녀인 안나 체칠리아 프에스는 8일 국빈 만찬 때 이 바이올린으로 모차르트의 곡과 중국 곡을 연주했다.
양국의 밀월은 유럽 주요 국가들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 때문에 더 두드러진다.
오스트리아 국영 철도청(OBB)은 청두철도공사와 2020년 일대일로를 위한 새 터미널을 건설에 합의했다.
41개의 컨테이너에 150만 달러 상당의 LED 디스플레이, 타이어, 전등 등을 실은 열차도 12일 청두에서 출발했다. 이 열차는 약 13일 뒤 빈에 도착한다.
중국은 오스트리아에 화답하며 돈육, 과일을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중앙통신, 독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5월 29개국 정상과 130개국 고위급 인사가 참여한 일대일로 국제협력 포럼에서 협력 양해각서(MOU)에 74개국의 서명을 받았다.
서명은 주로 동유럽, 인도양 국가들이었는데 중국은 경계심을 보이는 서유럽 국가의 서명을 받기 위해 이탈리아,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에 우선 공을 들여왔다.
중국을 방문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중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MOU 서명을 거부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은 MOU 서명이 중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따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중국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중국은 이미 헝가리를 필두로 동유럽에서 상당한 지지 세력을 확보했다.
한편 오스트리아는 최근 영국에서 벌어진 러시아 전직 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 사건으로 촉발된 서방 국가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 대열에 중립국이라는 점을 내세워 합류하지 않는 등 독자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쿠르츠 총리는 취임 후 2개월만인 올 2월 말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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