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의 터전 고시원 안전은…어두운 미로·낡은 소화기
행안부 안전점검 동행취재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2평 남짓한 방 39개가 들어선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고시원. 복도에는 사용 연한이 한참 지난 소화기가 드문드문 놓여있었다. 오랫동안 건드리지 않은 듯 소화기 위에는 먼지가 수북했고, 복도는 어두컴컴했다.
청년구직자와 취업준비생들이 머무르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시촌'의 한 고시원을 대상으로 행정안전부가 지난 11일 안전 점검에 나섰다. 이날 점검에서 비상시 대피로나 소화기 관리 상황 등 일부 개선할 점이 지적됐다.
동행취재 결과 고시원 내부는 조명이 어두워 미로처럼 복잡한 건물 내부를 충분히 알아보기 힘들었고, 복도에 비치된 분말 소화기들은 사용 연한 10년을 훌쩍 넘은 것들이었다. 사용 연한이 지난 소화기는 점검을 받거나 새것으로 교체해야 하지만 조치를 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비상용 손전등도 제때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은 탓인지 시원하게 빛을 내는 것이 많지 않았다.
고시원 건물 맨 위층에는 복도 한쪽에 빨래건조대가 줄지어 놓여 있었고, 그 끝에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창문이 있었다. 실제 비상상황이 벌어지면 각층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빨래건조대와 엉키면서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우려됐다.
현장 안전점검에 나선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빨래건조대 아래 소화기의 손잡이를 당겨봤으나 소화기는 '픽'소리만을 낸 채 분말을 제대로 내뿜지 못했다.
김 장관은 "(고시원 내) 귀한 아이들의 안전은 내 새끼들의 안전과 똑같다"며 건물주에게 소화기 교체를 위해 비용투자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안전점검에서 그나마 확실한 오케이 사인을 받은 건 화재감지기였다. 방마다 설치된 화재감지기 일부를 작동시키자 요란한 벨소리가 좁은 복도 사이로 울려 퍼졌다. 소방관계자는 "단독형 화재감지기는 정상 작동했다"고 판단했다.
안전점검을 마친 김 장관은 안전관리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다면서도 "소방시설에서 일부 문제점이 발견돼 현장에서 즉시 시정조치하거나 시설주에게 시정하도록 조치했다"고 알렸다.
그는 "분말소화기는 가끔 흔들어줘야 내부에 있는 분말이 '떡'처럼 굳어지지 않는다"며 신형 소화기 5개를 건물주에게 건네기도 했다.
안전점검을 끝낸 김 장관은 노량진 공시촌에서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과 2시간 가까이 저녁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7일 필기시험을 마친 소방공무원 수험생 6명이 함께 해 시험준비 기간 겪었던 어려움과 고민을 털어놨다. 수험생들은 시험과목의 난이도 문제, 체력검정이 힘에 부친다는 고충 등을 쏟아내기도 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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