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대란' 피할까…제지업계, 쌓인 폐지 2만7천t 긴급 매입키로
환경부-주요 8개 제지업체 협약…이달 20일까지 우선 매입후 추가 매수 추진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이달부터 벌어진 '재활용 자원 수거 거부 사태'로 수도권 일대에 적체된 폐지 2만7천t을 주요 제지업체들이 긴급히 사들이기로 했다.
제지업체들은 보통 필요한 물량을 그때그때 사들이지만, 수익성이 떨어져 갈 곳을 잃은 채 쌓인 폐지를 우선 사들여 '수거 거부' 사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12일 오후 2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지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국산 폐지 선매입 및 비축사업' 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협약에 참여하는 제지업체는 고려제지, 신대양제지, 신풍제지, 아세아제지, 아진피앤피, 태림페이퍼, 한국수출포장, 한솔제지 등 8개 업체다.
참여 제지업체는 폐지 압축 업계의 재고 적체를 줄이기 위해 최소 2만7천t 이상의 국산폐지(폐골판지)를 선매입하고, 추가 폐지물량 선매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에 선매입하기로 한 물량은 전체 적체 물량 중 폐지업계가 우선 매입을 요청한 물량의 30% 수준"이라면서 "당장 적체 물량을 모두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향후 추가 매입 등을 논의해 시장 안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폐지는 수거된 뒤 압축장으로 옮겨진다. 압축장에서는 일정 과정을 통해 폐지를 처리한 뒤 제지회사에 납품한다.
그런데 올해 1월 중국의 폐기물 금수조치의 영향으로 질 좋은 외국산 폐지들이 국내로 몰려옴에 따라 국산폐지에 대한 수요가 줄어 압축장에서 적체가 시작됐다.
이에 따라 폐지 가격은 지난해 12월 130원에서 지난달 90원으로 31%나 떨어졌다. 그동안 폐지 등 수익성이 있는 품목으로 돈을 벌어온 수거 업체로서는 덤으로 처리하던 폐비닐, 스티로폼 등은 수거할 수가 없게 돼 이번 '수거 거부 대란'이 벌어졌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이번 협약을 통해 선매입한 국산폐지의 보관장소(최대 3개월)를 참여 제지업체에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물류비 등 제지업체가 선매입하면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 중 일부도 환경부가 지원할 계획이다.
협약에 참여한 제지업체들은 이번 선매입 이후에도 공급과잉이 해소될 때까지 환경부와 국산폐지 사용 확대 및 품질 제고를 위한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번 조치로 최소 2만7천t 이상의 폐지가 선매입되면 국내 물량적체 해소 시점이 앞당겨져 가격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협약식 직후 개최되는 제지업계 간담회에서는 폐지 분리배출 종류 세분화, 폐지 품질개선 등 폐지 수급 안정화와 수거·재활용 체계 개선을 위한 추가 방안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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