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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단일환율제 전격 시행 '쇼크'…환전소 영업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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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단일환율제 전격 시행 '쇼크'…환전소 영업 중단
1만유로 이상 '장롱보관' 금지…불법 환전 강력 단속
2012년에도 단일환율제 시행했다가 실패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정부가 자국 리알화의 폭락세를 막기 위해 10일(현지시간)부터 실제 시장거래 환율보다 30%나 낮은 단일환율제를 전격 시행한 여파가 만만치 않다.
이란 정부가 동결한 달러당 리알화 환율은 4만2천 리알이다. 이란은 이로써 2만3천리알 정도 차이가 나던 중앙은행의 공식 고시환율과 시장 환율을 강제로 끌어다 맞췄다.
이 새로운 환율은 불과 하루 전인 9일 시장 환율(달러당 약 6만 리알)보다 30% 정도 낮다.
이란 정부는 단일환율제를 시행하기 12시간 전인 9일 밤 기습적으로 이를 발표했다.
환율이 하룻밤 사이에 급변하자 10일 오전 테헤란 시내의 거의 모든 환전소가 달러와 유로화 매매를 중단했다. 그 앞에는 싼값에 달러를 사 두려는 시민들이 장사진을 쳤다.
경찰은 혹시 모를 폭력 사태에 대비해 환전소가 몰린 테헤란 페르도시 거리에 경찰을 대거 배치하고 환전소 입구에서 시민들을 떨어뜨렸다. 또 단일 환율보다 높게 거래하는 암달러상과 불법 환전소를 단속했다.
환전소에서 달러 매매를 갑자기 중단하면서 외국으로 당장 나가야 하는 이들은 암달러상을 찾아다녀야 했다. 암달러상들은 달러당 5만4천 리알, 유로당 6만1천 리알 정도로 외화를 팔았다.
10일 오전 페르도시 거리에서 만난 알리 세이프 씨는 "당장 오늘 저녁 6시에 터키에 가야 하는 데 달러를 구할 수 없다"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이란 리알화는 외국에서 다른 통화로 사실상 환전할 수 없다.

11일에도 테헤란 시내의 환전소는 영업을 중단했다. 실제로 달러화를 구할 수 없다는 소문이 나면서 환전소 거리도 한산한 편이었다.
테헤란 미르다마드 거리의 환전소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정부가 정한 환율이 언제까지 지켜질지 의문이어서 당국의 움직임과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일단 이번 주까지 달러, 유로화는 매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율에 민감한 무역업자들 역시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한 무역회사 관계자는 "정부가 환율을 단일화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공권력을 강력하게 동원한다고 했지만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며칠간 거래를 유보하고 환율의 움직임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2012년에도 시장 환율을 진정시키려고 환율을 단일화했지만 이내 실패했다.
발리올라 세이프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10일 단일환율제 시행과 관련, 의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의원들은 세이프 총재에게 늑장 대응과 갑작스러운 환율 조정에 강하게 항의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세이프 총재는 "최근 외환시장의 불안정은 적들(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작 탓으로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항변했다.
이란 정부는 또 숨어있는 경화를 찾아내려고 은행 계좌 외에 개인이 보관할 수 있는 외화를 1만 유로로 제한했다. 이를 넘겨 보관했다가 적발되면 초과 보유분의 배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아울러 통화량을 줄이려고 은행을 통해 판매하는 금 선물 물량도 늘렸다.
이란 리알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핵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지난 1년간 가치가 50% 이상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12일을 핵합의 재협상 시한으로 예고하면서 이란에선 '달러 사재기'가 심해졌고, 리알화 가치가 급락했다.
이란 국내 사정이 불안해지자 불법 송금을 통한 외화 유출도 증가해 달러 공급을 더욱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의회 경제상임위원회의 모하마드레자 푸르에브라히미 위원장은 지난달 말 "2017년 11월부터 4개월간 이란에서 300억 달러가 외국으로 유출됐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초 이란의 외화보유액이 1천300억 달러라고 추산했다. 한국은 올해 3월말 기준 약 4천억 달러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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