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의 우라늄농축 금지때까지 한국 원전 수주 연기 주장
미국 비확산 전문가들, 자국 정부에 대 한국, 사우디 안보 지렛대 사용 촉구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도 "사우디와 원자력협정 체결시 원심분리기 기술 금지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이 사우디 아라비아와 체결을 추진 중인 원자력협력 협정에 사우디가 우라늄 농축이나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규정을 둬야 하며, 특히 이 조항이 들어갈 때까지 한국의 사우디 원전 수주 활동도 미루도록 한국과 사우디를 압박해야 한다고 미국의 핵 비확산 전문가들이 주장했다.
포드 행정부 이래 3개 행정부에서 핵규제위원을 지낸 빅터 질린스키와 국방부 등에서 역시 비확산정책을 담당했던 헨리 소콜스키 비확산정책교육센터 사무국장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와 협의 과정에서 핵무기 제조에 쓰일 수 있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기술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같이 촉구했다.
이들은 원자력과학자회보(BAS)에 공동기고한 글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에서도 이 기술이 핵심 우려 사항이었다고 상기시켰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에 미국 업체인 웨스팅하우스의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원심분리기 기술 조항에 대한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미국 내 원전 사업 2건의 실패로 파산 상태인 웨스팅하우스가 한국 업체와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적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한국과 사우디가 지난 2011년 맺은 원자력협력 협정의 농축 조항에서 우라늄의 20% 이상 농축을 금지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조항은 달리 말하면, 사우디가 농축시설을 갖추는 것을 인정할 뿐 아니라 특히 이 협정에 의해 공급되는 우라늄에 대해선 20% 미만까지는 농축을 허용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려스러운 이유는 20%까지 농축하는 데 든 힘의 10분의 1만 더 쓰면 무기급으로 농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특히 사우디의 빈살만 왕세자가 지난달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사우디도 "가능한 빠른 시일 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 점 때문에 특히 우려스럽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국이 아랍에미리트(UAE)와 협정에서처럼 사우디도 사우디 내에서 농축이나 재처리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협정문에 넣어야 한다고 이들은 촉구했다.
또, 한국도 그런 조항이 들어갈 때까지 사우디에 대한 원전 수주 활동을 보류하도록 미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사우디와 한국 모두 안보 면에서 우리(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는" 점을 지렛대로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핵 확산의 위험은 너무도 중차대한 만큼 우리는 모든 영향력을 활용해 UAE와 협정을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그러나 "문제는 이란에 대한 적의 때문에 사우디의 핵 무장안이 그리 나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심지어 이란을 겁주는 데 유용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사우디 원전 수주 경쟁과 관련, 러시아와 중국도 넘보고 있으나 "사우디가 러시아나 중국을 택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러시아는 사우디의 숙적인 이란의 핵협력국이고 중국은 해외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 해외에서 완공해 가동 중인 사례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2011년 사우디와 원자력협력 협정을 맺은 데 이어 2015년엔 한국이 개발한 다목적 일체형 중소형 원자로(SMART) 2기의 수출을 염두에 두고 양해각서를 맺었으며, 사우디 핵 전문가 40여 명을 받아들여 원전 설계, 건설 등 분야에서 교육·연수를 실시하고 있다고 질린스키 등은 지적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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