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 개수 줄여 거실 넓히는 '리비주' 가구 증가
가족 전원 거실공간서 '각자 하고 싶은 일', `같이 또 따로'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에서 자녀 양육세대를 중심으로 개인 방 수를 줄이고 대신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거실 공간을 확충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공간배치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공간배치는 거실 공간을 최대한 확대해 업무, 공부, 놀이 등에 다용도로 활용하고 가족이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에서 '리비(Living)주(充)'로 불린다. '리비주'의 인기가 높아지자 주택건설업체들은 아예 주택을 신축할 때 개인 방 개수를 줄이고 부엌공간의 칸막이를 없애 거실 공간을 최대한 넓힌 모델을 내놓고 있다. 업체에 따라서는 거실을 베란다까지 넓힌 새로운 디자인의 '아웃도어 리빙'이나 자녀의 놀이터까지 갖춘 모델도 선보이고 있다.
수도권 사이타마(埼玉)시에 있는 '리비주 가족' 혼마 히데오씨의 경우 주말이면 가족 3명 전원이 리빙룸에서 시간을 보낸다. 남편은 독서, 아내는 업무, 초등학교 6학년인 장남은 카드 놀이를 한다. 이따금 대화를 나누면서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혼마씨 가족의 생활방식이다.
이 가정은 '리비주'를 위해 방 3개에 거실, 부엌(3LDK)이던 맨션을 2LDK로 개조했다. 거실에 인접한 개인방과 주방 벽을 철거해 다다미 19장 넓이의 거실을 만들었다. 커다란 다이닝 테이블은 식사때는 물론 업부를 보거나 독서에도 사용하며 때로는 탁구대로 변신하기도 한다. 가족 3명이 잠자리에 들때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보낸다. 히데오씨는 "자연스럽게 가족이 느슨하게 연결되는 느낌이 드는 거실공간이 가장 마음이 안정되는 장소"라고 말했다. 아내 유리씨도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각자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어 같은 공간에 있어도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느낌"이라고 '리비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거실은 그동안 TV를 보거나 식사를 하며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었다. 반면 아이들은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어린이 방'을 갖는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인기 만화영화인 '사자에상'이나 '도라에몬' 등에서 보듯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자기 방에서 숙제 등을 하다가 저녁 식사시간이 되면 거실에 모이곤 했다. 그런 거실공간이 이제 공부와 놀이는 물론 뭐든 할 수 있는 '다기능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
자녀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도 변했다. 리쿠르트스마이(住)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집에 있는 시간 중 거실에서 보내는 시간의 비중은 초등학생이 76%, 중학생이 57%에 달한다. '거실에서 공부한다'는 대답도 초등학생 69%, 중학생 54%, 고등학생 44%, 단과대학과 대학생도 36%나 됐다.
혼마씨의 장남도 학교에서 돌아온 후 거실 소파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TV를 보았다. 이후 거실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거실 테이블로 옮겨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 학습에 필요한 도구는 모두 거실에 구비돼 있다. 아들 방이 따로 있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을 때 엄마가 '네방이 따로 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지만 아들은 "지금 방식이 좋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들은 "거실에서 공부하면 모르는게 있을 때 부모에게 바로 물어볼 수 있어 거실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부모도 '리비주' 생활을 통해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아이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은 물론 자녀와의 대화도 늘었다.
주택업계도 이런 변화추세에 맞춰 새로운 디자인의 모델을 내놓고 있다. 금년 1월부터 신축 주택 20채 분양에 나선 사이타마시의 한 주택건설업체 모델하우스는 거실에 턱을 설치한 카운터 공간을 마련했다. 이 공간은 종전에 다다미가 깔린 방이었지만 벽을 없애 거실공간을 넓혔다. 또다른 모델 하우스는 거실을 넓게 만들기 위해 주방과의 사이에 턱을 만들어 소파 대신 등받이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담당자는 "거실을 충실하게 배치한 모델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 가족이 거실에 머물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디.
거실의 이런 역할변화에 대해 주택정보 사이트 'SUUMO' 편집장인 이케모도 요이치는 '리비주' 확산은 부모자식간 관계변화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부모와 자식은 너무 긴밀한 관계를 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소원한 걸 바라지도 않는다"고 지적하고 "각자 다른 일을 하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정도의 관계를 행복한 가족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한다.
NHK는 지금까지는 3LDK나 2LDK 등 가족 구성에 따른 방 개수가 주거 선택의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리비주'확산으로 거실공간의 여유와 넓이가 주택을 고르는 기준이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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