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출장비 어떻게…'공짜여행 파문' 겪은 美, 사전승인 의무화
외부에서 '받은 돈'으로 여행갈 땐 윤리위 승인부터 받아야
일본은 외부 지원받는 의원 출장 관련한 법규없어…'내부절차 엄격한듯'
(서울·도쿄=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김정선 특파원 = 의원들의 '외유'가 뒤늦게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의원들의 여행 관련 규정을 포함한 윤리 규범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10일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와 미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로비활동을 제도화하고 있는 미국은 의원이 선물을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인 경우를 명문화하고 있다. 특히 여행은 '가장 매력적인 선물'일 수 있으므로, 이를 수락하기 전에 특별히 더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역시 여러 차례의 논란을 거치며 관련 규정을 촘촘하게 정비해왔다.
2006년 6월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 시민단체 '공공정직성센터'는 2000년부터 2005년 6월까지 미 상·하원 의원과 보좌관들이 총 2만3천여 차례 공짜로 해외여행 혹은 지방 출장을 다닌 사실을 폭로했다.
5년 반 동안 이들이 기업과 단체로부터 받은 돈은 모두 약 5천만 달러(약 533억 원)에 달했다. 기간으로는 총 8만1천일, 222년에 이른다.
이 '공짜여행 스캔들'이 미국 사회를 강타하자 미 하원은 관련 규정 정비에 들어갔다. 외부에서 여행 경비를 지원받을 때는 반드시 사전에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다.
그 전까지는 의원 스스로의 판단에 맡겼다. 스스로 판단할 때 해당 여행이 공무와 관련된 것이고, 사적인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외부의 경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는 여행신청서를 제출해 윤리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했다.
로비스트나 외국 대리인, 혹은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의 지원을 받거나 이들과 동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서술해야 한다. 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업이 경비를 대는 게 아니라고 명시하게 했다.
경비 지원을 받아 여행을 다녀온 경우에는 15일 이내에 하원 사무처에 여행공개서를 내야 한다. 여행의 성격과 참석 행사 등의 정보를 담은 이 여행공개서는 일반에도 공개된다.
이러한 규정을 어겼다가 뒤늦게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2010년 3월 20선의 기록을 가진 민주당 중진인 찰스 랭글 하원의원이 세입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여행 경비 지원과 관련해 윤리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007년과 2008년 카리브뉴스재단이 후원하는 콘퍼런스에 참석하면서 경비를 지원받은 게 문제였다. 윤리위원회에서 여행을 사전 승인받을 때 AT&T, 버라이즌 등 기업들의 후원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규정 위반은 사과하지만 부패는 없었다"고 주장하던 랭글 의원도 결국 고개를 숙였다.
미 하원은 의원들의 윤리 규정을 감시하는 독립기구도 두고 있다.
의원들의 행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2008년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은 '의회윤리실'을 추가로 설치했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의회윤리실은 의원이나 의회 직원의 윤리 위반 사실을 조사, 윤리위원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랭글 의원의 비위 역시 의회윤리실에서 먼저 조사해 윤리위원회에 보고한 것이었다.
일본의 경우에는 외부기관 지원을 활용한 국회의원의 해외 출장이 크게 문제가 된 사례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중의원에서는 기업 등 외부기관 지원을 받는 의원의 해외 출장과 관련한 내용을 규정한 법규가 따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의원들의 해외 출장은 해당 의원이 중의원 의장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그럼에도 별다른 잡음이 없다는 점에서 의원의 해외 방문이나 관련 예산 지원 등에 대한 자체 내부 절차가 엄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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