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서울시 산하기관 채용…원서 접수기간에 합격자 발표(종합)
서울혁신센터·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서울시의회 "수사기관 고발하라"
서울시 "새 수탁기관 선정해 규정 개선…지도 감독 철저히해 재발 방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시 산하 일부 기관이 직원을 채용하면서 공개모집을 하지 않거나 원서 접수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결과 발표를 하는 등 석연치 않은 절차를 밟은 정황이 시 자체 감사 결과 드러났다.
서울시의회 박진형(더불어민주당·강북3), 성중기(자유한국당·강남1), 김용석(바른미래당·서초4) 시의원은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관련 기관을 수사기관에 고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시의원에 따르면 문제가 된 시 산하기관은 서울혁신센터,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시 거버넌스 총괄 코디네이터다. 이들 기관의 문제점은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기관 감사 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서울혁신센터는 지난해 센터장을 채용하면서 공모를 밟도록 하는 '직원 공개 채용 원칙'과 달리 법인 이사회 의결만으로 센터장을 채용했다.
특히 이 이사회마저도 재적 10명 가운데 5명만이 참여해 의결 정족수인 6명도 채우지 못했다. 참석한 5명 가운데에서도 3명만 채용에 찬성했는데도 센터장 채용이 이뤄졌다.
센터는 또 2016년 책임연구원을 뽑으면서 원서 접수 기간을 그해 1월 28일부터 2월 2일까지로 공고해놓고, 2월 1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원서 접수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합격자가 나온 것이다.
서류 전형은 원서 접수 시작 다음 날인 1월 29일 이뤄졌고, 그 다음 날인 30일 면접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시의원들은 "심사 점수 평가에서도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등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한 부당한 심사가 자행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석 의원은 "원서 접수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채용을 마쳤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대상자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혁신센터가 공개채용을 운운하는 것은 시민을 속이는 것이며, 스스로 혁신 대상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센터는 또 2016년 10월 '견책' 징계를 받은 사람을 2개월 만인 그해 12월 핵심 보직인 '혁신기획단장'에 배치하고, 이듬해 2월 계약직 신분이던 이 사람을 정규직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는 공모 절차에 전직 면접관이 지원해 합격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2013년 9월 이뤄진 경영지원팀장 채용 면접에서는 후보자 3명이 모두 탈락했다. 그런데 당시 면접관으로 참여한 A씨가 다음 달 이뤄진 재공모에서 후보로 지원해 최종 합격한 것이다.
박진형 의원은 "지원자가 모두 탈락한 첫 번째 시험과 그다음 면접의 공정성을 심히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센터 소속 B씨는 서류 전형이나 면접 같은 채용 절차 없이 인사위원회 결정만으로 입사했고, 센터를 운영하는 시민단체인 '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센터 설립 직전 설립돼 2013년부터 지금까지 총 187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거버넌스 총괄코디네이터 채용 과정에서는 자격 요건에 모자란 사람이 합격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월 합격한 김모 씨는 '8년 2개월' 경력 증명서를 냈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1년 2개월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지난해 3월 퇴직했다.
박진형 의원은 "채용비리는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특정 당 후보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다"라며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불공정이고 적폐"라고 말했다.
시는 이에 대해 서울혁신센터는 이달부터 문제가 된 기관 대신 새 수탁 기관을 선정해 운영 중이며, 센터장은 공모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직원 채용 시 공개모집을 하도록 위·수탁 협약서에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도 이해관계가 있는 직원은 인사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도록 규정을 바꿨다. 신규 직원을 뽑을 때는 선발 1개월 전 채용 공고 게시 여부를 서울시에 사전 통지하도록 했다.
시 관계자는 "앞으로 수탁 기관의 채용·인사 업무에 대해 철저히 지도 감독을 펼쳐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