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탐방로 인기 대박…지역마다 개설 경쟁 기대반 우려반
강릉·속초 이어 동해·삼척도 추진…"명소 기대" vs "훼손 우려"
(강릉·속초·삼척=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최근 들어 개방된 강원도 동해안 산책로에 탐방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수십년 동안 숨겨져 있다가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비경이 색다른 관광명소로 뜨면서 인기몰이를 하는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관광객 대박에 지방자치단체는 반색하고 있지만, 지역마다 경쟁적으로 해안선을 개방해 탐방로 개설에 나서자 자연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1일 강릉시에 따르면 강릉 해안단구 탐방로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지난해 6월 개설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63만명이 찾아 입장수익만 13억6천만원을 올렸다.
1인 3천원(일반 기준)의 입장료를 받는데도 주말과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몰려드는 탐방객들로 주변의 교통소통이 어려울 정도다.
해안을 따라 2.86㎞의 부담 없는 코스에 조성한 바다부채길은 옥빛 바닷물에 기암괴석, 주상절리, 절벽 위에 아슬아슬 자란 소나무와 향나무, 이름 모를 야생화 등 볼거리가 풍성해 탐방객이 줄을 잇고 있다.
동해 탄생의 비밀인 2천300만년 전 지각 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 해안단구이자 전국 최장 해안단구(천연기념물 제437호)로, 건국 이래 단 한 번도 개방된 적 없었다는 점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강릉시는 경강선 KTX 개통 이후 폭발적으로 탐방객이 증가하자 2022년까지 53억원을 들여 정동진까지 탐방로를 연장해 힐링 로드를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이처럼 바닷가 탐방로가 인기를 끌자 속초, 동해, 삼척 등 경관이 비슷한 인근 지역에서도 '최고의 경관'을 내세우며 탐방로 개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속초시는 일반인 출입이 통제돼온 외옹치 해안 1.74㎞ 구간에 '바다향기로'를 조성해 12일 개통한다.
외옹치 해안은 1953년 휴전 이후 사실상 민간인 출입이 통제돼온 곳으로 1970년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해안경계 철책이 설치되면서 완전히 차단됐다.
그러나 외옹치에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해안선 탐방로 개방이 추진돼 65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다.
바다향기로에는 전망대와 벤치 등 편의시설과 함께 공연할 수 있는 문화공간도 조성됐다.
해안경계용 철책도 일부를 철거하지 않고 남겨놓아 이 지역이 과거 무장공비 침투지역이라는 점을 관광객들이 알 수 있게 했다.
속초시 관계자는 "바다향기로는 거리가 짧고 경사가 거의 없어 남녀노소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며 "사인물 설치 등 보완하고 바다향기로와 연계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해 속초시의 대표적 관광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동해시 한섬 일원에도 감성 바닷길이 조성된다.
한섬∼고불개∼가세∼하평 구간에 올해부터 2020년까지 39억원을 들여 해안 데크, 전망대, 체험존, 주차장, 편익시설 등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한섬 일원은 국내 최대의 마린 포트홀과 파도에 의한 침식으로 생긴 길쭉한 원통 모양의 암석인 시스택, 라피에(석회암지대의 깊은 구멍 사이에 남아 있는 암석 기둥이나 능 모양의 돌출부), 몽돌해변 등이 있어 지오투어리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을 갖췄다.
해안선을 따라 기존의 지형지물인 기암괴석, 백사장, 몽돌해변, 어항, 군부대 소초 이동로를 최대한 활용해 자연경관 훼손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인공구조물인 데크로드는 절벽 등 단절된 구간에만 제한적으로 설치할 방침이다.
한섬 감성 바닷길 조성사업은 4월 기본·실시설계 용역을 착수해 연말까지 설계를 완료할 예정이다.
2019년 2월부터는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 2020년까지 명품 도보 관광코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동해시 관계자는 "사업이 완공되면 찰랑대는 파도와 함께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걷는 최고의 힐링 로드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지오투어리즘의 최고 명소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척시도 근덕면 초곡 용골 촛대바위를 중심으로 해안녹생경관길 640m를 올해 완공 계획으로 조성 중이다.
지자체들은 자연환경 훼손 최소화를 천명하고 있지만, 탐방로 개설에 따른 훼손 자체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개발과 개방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 관련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군부대가 위치하거나 안보 등의 이유로 그동안 꼭꼭 숨겨졌던 동해안 비경이 경쟁적으로 개발 바람을 타고 있다"며 "철저한 준비 없이 개발이 이뤄지면 훼손은 불가피하고 똑같은 볼거리로 인기가 시들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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