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 장기화 4월국회 앞이 안 보인다…이총리 추경연설 무산(종합)
대정부 질문도 불투명…개헌 전제조건 국민투표법 개정 '빨간불'
여야 네 탓 공방만…정세균 국회의장, 교섭단체 원내대표 11일 오찬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4월 임시국회 공전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여야는 9일 방송법 개정안을 포함한 주요 쟁점법안 처리 및 대정부 질문 등 의사일정 합의를 시도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이견만 노출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날 조찬과 오찬을 함께하며 릴레이 마라톤협상을 이어갔지만, 쟁점마다 오히려 갈등의 골만 키운 채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돌아섰다.
이에 따라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이 무산됐고 10일부터 사흘간 열기로 잠정 합의한 대정부 질문 일정 역시 잡지 못했다.
4월 임시국회가 2주차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계제로'의 형국이다.
임시국회 공전이 장기화하면서 이번 주까지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갈 경우 당장 4월 20일이 마지노선인 국민투표법 개정에 빨간 불이 들어오며 최대 현안인 개헌이 또 다른 걸림돌에 직면하게 된다.
아울러 청년 일자리 추경 처리와 민생입법도 줄줄이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야는 벼랑 끝 대치만 이어가는 형국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파행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방송법 개정과 관련해 방송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3의 방안을 마련하자며 한 발짝 물러섰고, 개헌과 관련해서도 행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선에서 총리 추천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야당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방송법과 개헌은 물론이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과 양승동 KBS 사장의 거취 문제로까지 전선을 확대하며 대여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우선 방송법 개정을 고리로 보수야당의 한 축인 바른미래당을 설득한 뒤 한국당을 우회 압박해 추경연설 등 일부 일정을 순연하는 선에서 국회 정상화를 도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가능성을 점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바른미래당이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한국당과의 합의를 담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바른미래당만 우리 안을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야는 일단 휴지기를 가진 뒤 11일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별도 오찬 회동을 하고 현안에 대한 담판 짓기를 재시도할 방침이다.
빈손으로 헤어진 지도부는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협상 불발 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방송법은 국회에서 심의하되 결론이 나면 4월 중이라도 처리하자고 했지만, 야당이 (민주당이 야당 시절 제출한) 그 안으로 무조건 처리하자고 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개헌과 관련해서도 "야당이 딴소리로 개헌과 국민투표를 반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한국당이 사실상 4월 임시국회를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홍문종 '방탄국회'를 열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안하무인으로 일방통행 국정을 펴는 문재인 정권의 실태는 국민을 우습게 봐도 이만저만 우습게 보는 게 아니다"며 김기식 금감원장을 비롯해 양승동 KBS 사장 임명 등을 두루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과 관련해서도 "의도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개헌 사기쇼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오늘 중으로라도 안을 갖고 오면 국회는 내일이라도 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고, 평화와 정의 소속 노회찬 원내대표는 "4월 임시국회가 이런 정치적 무능력으로 계속 공전한다면 국회 해산도 검토해봐야 한다"며 거대 양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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