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하게 장기기증 반대입장 안 밝히면 '기증 동의'로 간주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살아 있을 때 장기기증을 명백하게 반대하지 않았으면 사후 장기기증에 찬성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네덜란드의 새 장기기증법이 오는 2020년 시행을 앞두고 뒤늦게 논란에 휩싸였다.
이 법은 이미 네덜란드 상·하원을 통과해 법률로 확정됐으나 일부에서 이에 반대하며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투표를 하자는 의견이 절반을 넘어서며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다.

네덜란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모리스 드 혼드(Maurice de Hond)는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가 새 장기기증법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9일 보도했다.
연립여당의 한 축인 D66(민주 66당)이 제일 처음 제안해서 의회 상·하원을 통과한 이 법은 장기기증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생전에 사후 장기기증에 대해 명백하게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찬성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일부에서 이 같은 법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며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네덜란드 정당 가운데 하나인 헤인페일(Geenpeil)은 지난주부터 새 장기기증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서 1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RTL뉴스가 전했다.
이들은 6주간 30만 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투표를 공식 요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민투표 실시를 위한 요건을 다 충족하더라도 실제로 이 법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될지는 현재로썬 불투명하다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구속력 없이 정책 참고를 위한 국민투표 실시를 폐지하도록 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원에서는 이미 다수의 찬성으로 이를 폐지하기로 의결했으며 상원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새 장기기증법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연립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등 적잖은 혼란과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리스 드 혼은 국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연립여당의 일원인 D66를 비롯해 녹색좌파당 등은 새로운 장기기증법 시행에 찬성하겠지만, 연립여당에 속한 또 다른 정당인 CDA(기독민주당)를 포함해 극우정당 자유당(PVV) 등은 반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교육수준이 높은 유권자는 대체로 이 법에 찬성하지만,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여론조사 기관은 덧붙였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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