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때 실종 미 흑인조종사 유해 73년만에 가족품으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 상공에서 실종된 미군 흑인 장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73년 만에 발견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은 지난해 여름 오스트리아에서 발견된 전쟁 잔해에서 찾아낸 유해와 다른 물품들이 1944년 이탈리아 부근에서 실종된 로런스 E. 딕슨(당시 24세) 대위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터스키기 육군 비행학교에서 훈련받은 딕슨은 크리스마스 이틀 전인 12월 23일 이탈리아 남부 라미텔리에서 'P-51 머스탱'를 끌고 나치가 점령한 체코 프라하로 출격했다. 항공사진 촬영 정찰기를 수호하라는 68번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딕슨의 지휘 하에 다른 전투기 2대가 함께 떠났다.
이미 67차례의 비행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쳐 수훈 비행 십자훈장을 받은 베테랑 조종사인 딕슨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엔진 이상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기지를 떠난지 한시간 가량 지났을 무렵 엔진 이상으로 속도를 제어할 수 없다는 무전을 남겼다.
함께 출격한 전투기에 탑승했던 로버트 L. 마틴 소위는 딕슨이 탈출을 위해 조종석 덮개를 버리는 장면을 목격했으며 딕슨이 타고 있던 전투기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방향을 틀어 한바퀴 돈 뒤 다시 돌아오니 딕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딕슨의 전투기는 눈으로 뒤덮인 산악지대에 추락했다. 동료 조종사들은 주변을 돌며 딕슨의 탈출 흔적을 찾으려 했지만 기체 파편과 연기만 눈에 띄었다.
이들은 할 수없이 구조 신호로 기관총을 발사한 뒤 기지로 돌아왔으며 이후 수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은 추락 장소를 이탈리아 타르비시오로 추정했다.
이듬해 1월 8일 고향에 있는 젊은 아내와 어린 딸은 남편과 아버지의 실종을 알리는 끔찍한 전보를 받아야 했다.
딕슨은 70번째 임무까지 완수하면 본국에 임시로 돌아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있던 상황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딕슨으로 추정되는 유해와 전투기 잔해는 타르비시오에서 6마일가량 떨어진 오스트리아 국경지대에서 발견됐다.
DPAA는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선 과학적인 검사를 더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나 발견 장소나 잔해가 P-51 머스탱 전투기의 것이라는 점 등 여러 정황상 딕슨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DPAA 분석관인 조슈아 프랭크는 "역사적으로, 그 장소가 맞아떨어진다"며 "그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딕슨이 맞다면 2차대전에 참전한 첫 흑인 조종사 중 한명의 유해를 찾아낸 것이자 터스키기 출신 항공병 실종자 27명 중 한명을 마침내 찾아냈다는 의미가 있다.
2차대전 중 터스키기 육군 비행학교에서 훈련받고 참전한 흑인 조종사는 900명에 이른다.
그러나 전후 남편의 유품이라도 찾아달라며 육군성에 편지를 보냈던 젊은 아내는 지난해 12월 28일 세상을 떠났고, 노인이 된 딸은 시력을 잃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항상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했다는 딸은 "항상 (아버지와) 연결할 방법을 찾았다. 집착 같았지만 한번도 충족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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