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도둑맞은 페미니즘·이퀄리아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도둑맞은 페미니즘 = 니나 파워 지음. 김성준 옮김.
페미니즘의 언어를 훔쳐서 여성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나 정책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하는 '도둑들'을 비판한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도둑'은 군사주의 매파들이다. 2000년대 초반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이른바 '불량국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해 느닷없이 페미니스트 투사로 거듭난 부시 행정부의 주요인사들은 '탈레반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손톱을 뽑혀가며 신음하는 중동의 여성들을 외면할 건가'라고 외치며 전쟁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오늘날 페미니즘은 이처럼 제국주의적 군사개입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되기도 하고, 노동시장에 등장한 새로운 유형의 착취를 은폐하기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 패션 아이템이나 성형수술 기법을 광고하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 안에서 예외적으로 살아남은 여성 지도자나 기업인에게 찬사를 보내는 데도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정면으로 겨냥하지 않고 여성 개개인의 해방을 이야기하는 페미니즘은 일차원적인 것에 그친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즘이 어떻게 하면 지금의 일차원성을 벗어던지고 제국주의와 소비주의라는 도둑들로부터 자신의 위대한 가능성을 되찾아올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고 저자는 제안한다.
에디투스. 192쪽. 1만3천원.
▲이퀄리아 = 캐서린 메이어 지음. 신동숙 옮김.
영국에서 여성평등당을 창당한 언론인 출신 캐서린 메이어가 창당 과정을 바탕으로 깨달은 점을 나누기 위해 쓴 책.
여성 참정권의 역사에서 시작해 가부장제 아래서 여전히 고통받는 여성과 남성의 모습을 조명하고, 성매매 산업과 미디어 산업, IT산업,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영역에 만연한 성 불평등을 고발한다.
마지막에서는 현재 가장 성평등한 나라인 아이슬란드의 사례 연구를 통해 완전한 성평등을 이룬 가상 국가 '이퀄리아'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와이즈베리. 520쪽. 1만5천800원.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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