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대란' 엿새만에 겨우 봉합…"재활용 인식 전환 계기"
예견된 수거 거부 사태…환경부 '졸속·뒷북행정' 비판 들끓어
환경부-업계, 재활용산업 지원·육성 합의로 사태 장기화 막아
"일회용품 사용량 줄여야…재활용 배출·회수체제 재점검 필요"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환경부가 재활용산업 육성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하면서 6일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불거진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봉합됐다.
재활용업계와의 합의를 통해 가까스로 재활용 쓰레기 수거 거부 장기화 사태를 막았지만, 이 과정에서 환경부의 졸속 행정과 뒷북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 예견된 '재활용 대란'…전국 곳곳에서 수거 거부
국내 최대 재활용단체인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은 6일 성명을 내고 "전국 52개 회원사와 400만 명의 회원사는 즉시 폐비닐 등 수거와 재활용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재활용 대란'이 일어난 지 엿새 만에 업계가 직접 낸 정상화 선언이다. 지난 1일부터 전개된 재활용 쓰레기 수거 거부 사태는 몇 년 전부터 예고돼있던 사안이다.
환경부는 2016년 연구용역을 통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로부터 "재활용 업체의 경영이 악화하고 있다"면서 "재활용 시장 위축으로 자원 낭비와 폐기물 처리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결과 보고서를 받아봤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이 폐자원의 수입금지 조치를 예고했고, 올해 1월 실제로 폐자원 수입 통로를 막아버리자 국산 재활용품의 가격이 급락했다.
업계는 고형연료(SRF)로 재활용되던 폐비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없이 2013년 고형연료의 생산·사용을 규제하면서 폐비닐의 수요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었다고 지적했다.
그 사이 환경부는 이렇다 할 대응에 나서지 못했고, 이달 수거 거부 사태가 벌어지자 환경부의 '늑장 대응'에 비판이 쏟아졌다.
게다가 환경부는 급히 문제를 봉합하려다 '졸속 행정'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환경부는 수거 거부 사태 이틀째인 2일 수도권 48개 선별 업체들과 협의한 결과 모든 업체가 정상 수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폐비닐 등이 무더기로 쌓여만 갔다.
환경부는 또 재활용 추가 대책 발표를 준비했다가 4일 밤 이낙연 총리로부터 "현장부터 챙기라"는 강한 질타를 받고 대책 발표를 연기했다.
그제야 다시 현장으로 돌아간 환경부는 5일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대표와 재활용 품목별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정상화에 합의했다.
◇ 환경부-업계, 재활용산업 지원·육성 합의
환경부와 업계가 전날 간담회에서 재활용산업을 지원·육성하기로 합의하면서 수거 거부 사태가 해소 모드로 바뀌었다. 양측은 고사 직전에 놓인 업계를 되살려야 이번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간담회에서 EPR(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 분담금 비축분의 조기 지급을 비롯해 재활용산업 활성화 방안에 합의했다. 서울시도 재활용품업계 위기를 해소하고자 EPR 분담금 상향과 상반기 조기 집행을 정부에 건의했다.
환경부는 이에 따라 폐비닐 등 재활용품에 EPR 지원금을 조기 지급해 수거 업체들이 비닐을 수거·운반하는 데 쓰이도록 할 예정이다.
연내 폐비닐·페트병 등 수거 적체 품목에 대한 EPR(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 분담금의 증액을 추진하고, EPR 대상 품목을 자동차·탈수기 등을 포함해 기존 27개에서 51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재활용 선별 이후 남는 잔재물 등을 기존 사업장 폐기물에서 생활 폐기물로 분류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재활용 업체들은 이 폐기물들을 민간이 아닌 공공소각장에서 더 싼 값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환경부는 업계와 재활용산업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하기로 하고, 향후 물질 재활용 기술개발 지원과 국내·외 재활용품 판로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쓰레기가 다량 배출되는 과대 포장을 단속하기 위해 올해 안에 택배 포장재의 적절한 재질과 양 등을 정한 권고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이밖에 다음 달 중 폐플라스틱 감량·재활용 종합대책 마련을 마련하고, 상반기에는 분리수거 실태 점검 등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권한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이 같은 재활용산업 지원·육성방안은 환경부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재활용업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이다.
한국환경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재활용 업체는 총 6천85곳으로, 전년(5천432곳)보다 12%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업체가 늘었다고 재활용산업이 활황이었다고 볼 수 없다.
이들 중 절반가량인 3천129곳은 종업원이 따로 없는 영세한 업체들로, 종업원이 1천 명을 넘은 곳은 단 2곳뿐이다. 실제로 전체 업체 중 2016년 매출액이 1억 원을 밑도는 곳이 71.1%에 달했다.
신창언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상임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모든 국민의 생활이 폐기물이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불편을 줄이기 위해 당장 수거를 결정했다"면서 "환경부도 재활용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 재활용 의식도 높아져야"…올바른 재활용 방법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재활용이 잘 되는 나라로 꼽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지난해 기준 64.1㎏으로 세계 2위 수준이다.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도 2015년 기준 1인당 420개로 핀란드의 105배에 달한다.
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때 정확한 분리배출 요령을 따라야 하는데 각 가정에서 이를 실천하는 사례는 드문 게 현실이다.
실제로 이번 수거 거부 사태의 핵심 품목이었던 폐비닐의 경우 적어도 오염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리 배출해야 하지만, 비닐 속에 각종 음식물을 담은 채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재활용 업자들은 토로한다.
환경부가 공개한 분리배출 요령의 핵심은 '비우기'와 '분리하기'다. 페트병 등 플라스틱 용기는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상표처럼 다른 재질로 된 부분은 제거한 뒤 꾹 눌러 배출해야 한다.
비닐류와 스티로폼(발포합성수지)도 마찬가지다. 이물질이 묻은 경우 씻어서 배출하되 이물질 제거가 어려우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특히 TV, 냉장고 등 포장·운반에 사용된 스티로폼은 되도록 제품 구입처에 반납해야 한다.
재활용 수거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재활용시스템에 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원활한 재활용시스템 구축을 위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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