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선고 끝으로 '국정농단 짐' 내려놓은 김세윤 부장판사
2016년 12월부터 박근혜·최순실 등 국정농단 사범 13명 재판
'선비' 평가 받지만 형량 엄해…장시호·신동빈은 법정구속도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를 끝으로 1년 넘게 국정농단 사건에만 매달려 온 김세윤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5기)가 부담의 짐을 내려놓게 됐다.
김 부장판사는 2016년 12월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시작으로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피고인들 재판을 맡아 왔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광고 감독 차은택씨,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최씨 조카 장시호씨 등 모두 13명에게 1심 선고를 내렸다.
국정농단 사건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법원의 정기 인사 때에도 자리를 옮기지 못하고 내내 형사22부를 지켰다. 통상 형사 합의부장은 업무 부담이 커 2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발령내지만 김 부장판사는 2016년 2월부터 3년째 합의부장을 맡고 있다.
1년 넘게 국정농단 사건을 맡아 왔지만, 워낙 재판 진행을 원활히 해 재판 당사자나 소송 관계인 측이 법정에서 공개 불만을 표시한 적이 거의 없다.
검찰이나 변호인의 의견은 최대한 청취하고, 최씨나 박 전 대통령 등 피고인들에게도 방어권 보장을 위해 재판 때마다 발언 기회를 충분히 보장했다.
피고인들이 지친 기색을 보이면 재판을 중단하고 휴식 시간도 챙겨줬다. 지난 2월 13일 최씨의 선고일에도 그가 휴식을 요구하자 법정 밖으로 잠시 나가 쉴 수 있게 조치했다.
이런 배려 덕분에 증인이나 검찰 측에 종종 날을 세운 최씨도 재판 내내 김 부장판사 말에 조용히 순응했다.
김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언성을 높이는 모습도 보기 힘들었다. 이런 침착함과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 덕분에 법원 내에서나 취재진 사이에서는 '선비'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원칙에 어긋나는 일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평이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박 전 대통령이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3차례나 불출석하자 "출석을 계속 거부하면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를 하고 재판할 수밖에 없다"며 '경고'했다.
피고인의 의견은 충분히 들어주지만, 유무죄 판단이나 형량을 정함에서는 철저히 '법과 원칙'을 따진다는 평가다.
김 부장판사는 앞서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에게 검찰 구형량인 징역 1년 6개월보다 무거운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구속 기한 만료로 풀려나 있던 그를 법정에서 다시 구속했다.
최씨에 대해서도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해 정치권에서 "추상같은 판결"이라는 평까지 나왔다.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당시 김 부장판사는 "대통령 요구가 먼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선처하면 어떤 기업이라도 뇌물공여 방법을 선택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선고를 앞두고는 "공공의 이익"을 강조하며 최초로 1심 생중계를 허가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부장판사는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서울지법과 수원지법, 서울고법 판사를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을 지냈고 대법원 형사사법발전위원회에서 법원 내부위원을 맡기도 했다. 재판과 연구, 사법행정 업무를 두루 경험했고 법리적으로도 해박하다는 평이다.
그는 2014년 경기지방변호사회, 2017년 서울변호사회가 꼽은 '우수법관'으로도 선정됐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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