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HSBC 탈세명단 유출…스페인에서 또 체포됐다가 석방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HSBC 고객 명단을 빼돌려 은행의 '탈세 방조'를 폭로했던 에르브 팔치아니(45)가 스페인에서 다시 체포됐다가 석방됐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법원은 5일(현지시간) 팔치아니의 여권을 압수하면서 일주일에 한 차례 범죄인인도청구 재판에 출석하는 조건으로 석방했다.
팔치아니는 2006∼2008년 스위스 제네바의 HSBC PB(개인자산관리) 사업부에서 일하며 빼돌린 고객 10만6천 여 명의 명단을 레바논에서 은행권에 팔아넘기려다 덜미를 잡혔다.
제네바에서 조사를 받은 팔치아니는 2009년 명단 자료를 디스크 5개에 담아 프랑스 당국에 넘겼다. 프랑스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과 이 명단을 공유하며 은행들을 상대로 탈세 조사에 착수했다.
팔치아니의 폭로 이후 은행권의 탈세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HSBC 최고경영자가 공개 사과를 하고 일간지에 사과문을 싣는 등 '스위스리크' 사태가 벌어졌다.
프랑스, 이탈리아 이중국적자인 그는 프랑스에서 제재 없이 지냈지만, 이달 3일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에서 강연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팔치아니는 2012년에도 스페인에서 경찰에 체포됐다가 170일만에 풀려난 적이 있다.
당시 법원은 팔치아니를 내부고발자로 보고 석방 명령을 내렸다.
스페인 내무부는 3월 19일 자로 스위스 당국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스위스 법원은 앞서 2015년 11월 궐석재판을 열고 기밀유출 혐의로 팔치아니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팔치아니가 프랑스 당국에 고객 명단을 넘겼을 때 르몽드 등 매체들은 은행이 1천806억 유로(약 234조원) 상당의 세금을 탈세하도록 부유층 고객을 도왔다고 보도했다.
팔치아니는 자신을 내부고발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고객정보를 팔아넘기려다 붙잡힌 범죄자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mino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