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기침 심한데…'미세먼지 병결' 인정되나요"
이르면 이달부터 초중고교 시행…천식 등 민감학생, 진단서 연 1번만 제출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교육부가 5일 '미세먼지 질병결석'을 인정하기로 한 것은 미세먼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학생들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피부 발진이나 기침이 심해진 뒤 치료하는 것보다는 예방이 최선이라는 게 의료·보건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천식·아토피·알레르기·호흡기질환·심혈관질환처럼 기저질환이 있는 학생은 이런 질환 때문에 미세먼지를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진단서나 의사 소견서를 학교에 내면(연 1회) 된다.
아침 등교시간대에 집 또는 학교 주변 실시간 미세먼지 농도나 초미세먼지 농도가 하나라도 '나쁨' 수준일 경우 학부모가 학교로 전화해 결석 의사를 밝히면 질병결석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초·중·고교 모두 이르면 이달부터 시행된다.
다만,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매번 결석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통상 한 학년 수업일수가 190일 정도이고, 3분의 1 이상 결석하면 유급되기 때문에 진학하려면 결석일수가 약 60일 이하여야 한다.
최근 초미세먼지 기준이 강화됐는데 교육부가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2017년 미세먼지 자료를 바탕으로 새 기준에 따른 연간 미세먼지 '나쁨' 일수를 예측했더니 63일로 분석됐다.
교육부 학교안전총괄과 관계자는 "방학이 낀 달을 빼고 휴일을 고려하면 실제로 학생들이 등교해야 하는 날 가운데 미세먼지가 '나쁨'인 날은 전국 평균 연 35일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런 조치를 통해 미세먼지에 민감한 학생들이 건강을 염려해 결석하고자 할 때 전보다 결석 처리가 수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보면 결석은 천재지변처럼 출석으로 인정되는 결석을 제외하면 ▲ 질병결석 ▲ 무단결석 ▲ 기타결석으로 나뉜다.
질병결석의 경우 주로 의사 진단서 또는 소견서를 붙여 결석계를 낸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미세먼지 민감군 학생이 천식·비염 등이 심해질 것을 우려해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질병결석이 아니라 기타결석으로 분류했다.
교육부 교수학습평가과 관계자는 "아파서 결석한 게 아니라 미세먼지 때문에 '아플 가능성이 커' 결석한 것이니 질병결석 대신 기타결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기타결석은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좋지 않아 보인다는 인식이 있어 질병결석 인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입장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직장인 이모(40)씨는 "아이가 기관지가 약한데 공부보다는 건강이 우선이라고 본다"며 "학교가 아이들을 충분히 보호하고 있다는 믿음이 생기지 않는 한 미세먼지가 아주 심한 날은 결석시키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맘카페'의 한 누리꾼은 "시야 확보가 안될 정도로 심했던 날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 학교 못 보낸다고 하기 좀 그래서 아프다고 했는데 이제 (학교에) 사실대로 말할 수 있겠다"고 적었다.
다만, 이런 제도를 악용해 몸 상태가 크게 나쁘지 않은데도 상습적으로 결석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근본적인 미세먼지 대책이 없다면 이런 '대증요법'이 언젠가는 소용없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누리꾼(아이디: tls****)은 "앞으로는 겨울철 빼고 대부분의 날씨가 미세먼지 심할 텐데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교수학습평가과 관계자는 "질병결석이 인정되는 것이지 (법정 감염병 같은) '출석인정 결석' 처리를 해주는 게 아니므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며 "학부모 교육열 등을 고려하면 미세먼지때문에 결석하는 학생들은 기저질환이 심한 학생들 일부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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