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제보자가 증거 위조"…경찰이 구속해 넘긴 피의자 석방(종합)
'경찰 수사에 허점' 취지…수사권 조정 국면서 '경찰 견제 명분 쌓기' 시각도
경찰 "검사 검토 거쳐 영장 청구…알았으면 증거 채택 안했을 것" 반발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고동욱 기자 = 하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구속된 건설업체 현장소장 2명에 대해 검찰이 핵심 증거가 위조된 사실을 발견해 석방했다.
이는 경찰 최정예 수사조직인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수사에 절차적 허점이 있었다는 점을 검찰이 지적한 것이어서 수사권 조정 국면과 맞물려 미묘한 파문을 낳는다. 검찰이 경찰 수사의 견제 필요성을 강조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송치된 대림산업 현장소장 두 사람의 구속을 취소하고 석방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사건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수사한 뒤 검찰에 넘긴 것이다. 두 사람은 2011∼2014년 대림산업의 각종 건설사업과 관련된 하청업체 대표로부터 업체 평가나 설계변경 등 명목으로 6억1천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금품의 공여자이면서 사건의 제보자이기도 한 A씨가 경찰에 제출한 지출결의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돈을 받은 사람의 이름이 기재된 지출결의서는 부당한 금품거래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증거였다.
검찰은 이 지출결의서가 오랜 기간 작성돼 왔는데 동일인이 한꺼번에 작성한 듯이 필체가 유사하다는 사실에 의문점을 두고 담당 경리직원과 A씨 등을 추궁했고, 그 결과 제보의 신빙성을 높이려고 사후에 위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검찰은 구속된 두사람을 석방하고, 배임증재 혐의로 입건된 A씨에 대해서는 증거 위조 혐의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처음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영장 증빙자료를 읽어봐서는 위조 사실을 알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면서 "검사가 심층적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속 자체가 고의로 위조된 증거에 기반해서 된 이상 구속을 유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석방하기로 했다"며 "이게 검찰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은 위조된 증거 외에도 금품이 오간 정황은 있다며 석방된 이들이 혐의 자체를 벗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찰 단계에서 증거 위조가 적발되지 않은 경위 등에 대해서도 세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검사 검토와 재지휘, 보강수사까지 거쳐 영장이 청구되고 구속된 사안"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수수사과 관계자는 "우리도 필체를 확인했는데 일관되지 않고 달랐다"며 "당시 경리 직원에게 '사장 지시로 조작한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했고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은 내용이 검찰에 송치된 진술조서에도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출내역서가 없었어도 거래내역, 차량운행일지, 관련자 진술 등 다른 증거가 있지만 지출결의서가 조작된 줄 알았다면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을 것이고 더 신중을 기했을 것"이라며 "한치의 거리낌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출결의서는 여러 증거 중 하나로서 다른 많은 증거로도 혐의가 인정되고, 피의자들도 금액차는 있으나 혐의를 인정했다"며 "지출결의서가 사후 작성됐는지, 허위사실을 기재했는지는 검찰에서 확인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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