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극에 놀란 학교 출입관리 강화…낮은 담장 등 구멍 숭숭
일일방문증 관리대장 적고 등교 시간 외에는 쪽문·후문 폐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현혜란 황재하 기자 = "무슨 일로 오셨죠?"
3일 오전 11시 30분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 발을 들이자 문 옆 간이사무실 창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학교 보안관이 얼굴을 내밀었다.
창문 앞에는 출입 관리대장이 펼쳐져 있었다. 학교 안에 들어가려면 대장에 이름을 쓰고 신분증을 보여줘야 한다고 보안관은 설명했다.
교내에서 대낮에 여학생을 흉기로 위협하는 인질극이 벌어진 바로 다음 날 돌아본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서는 외부인 출입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특히 전날 방배초등학교에서 보안관이 신분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리대장 기록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듯했다.
익명을 요청한 보안관은 "전날 인질사건 때문에 평소 학교를 자주 드나들어 낯이 익은 사람이더라도 누굴 만나러 왔는지 물어보고, 확인전화를 한 뒤에 학교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기자와 만나 "평생교육 수업이 있어서 외부인 출입이 많은 편인데 강사든 누구든 예외 없이 출입증을 발급하고, 출입기록에 서명하도록 하는 등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오늘 아침 회의에서 당부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학교가 등·하교 시간이 아니면 정문을 굳게 잠갔고, 상시 개방하던 후문이나 쪽문도 일부 폐쇄한 곳도 있었다.
종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장이 아침에 회의를 주재하며 "앞으로는 등교 시간 외에 후문을 닫아 두고 방문객이 있으면 열어주라"고 지시했다. 보안관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오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전히 경계가 허술한 곳도 있었다. 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고 잠깐 화장실을 써도 되겠냐고 묻자 따로 신분증을 맡기거나 소지품 검사를 하는 등의 절차 없이 학교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학교도 더러 있었다.
보안관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외부인 출입관리를 강화한다고 해도 보안관 혼자 근무하는 시간대도 있다 보니 취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과시간 내내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문으로 누가 들어오는지만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외부인이 담을 넘어들어온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보안관 김성덕씨는 "이번 사건에서 보안관이 실수하기는 했지만, 분명히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며 "이를테면 담장이 낮은 학교에는 어른이 마음만 먹으면 담을 넘을 수 있는데 그런 곳에서 사고가 나도 무작정 보안관 탓을 할 것이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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