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불가촉천민 시위 확산 우려…'천민보호법' 완화여부가 변수
대법원 법규완화 재심…제1야당 대규모 천민지지시위 예고
전날 인도 전역서 10만명 폭력시위로 경찰과 충돌…11명 사망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서 '불가촉천민'으로 불리는 최하층 카스트 '달리트'들이 2일 인도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 가운데 3일 대법원의 달리트 보호법규 완화 관련 재심 심리가 사태 확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오후 심리를 열어 관련 재심을 요청한 연방정부의 주장을 청취하기로 했다.
인도 대법원은 지난달 20일 달리트에 대한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지정 카스트·지정 부족 보호 법률'에 규정된 가해자 즉시체포 규정이 남용 우려가 있다며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1989년 제정된 이 법은 상층 카스트에 속하는 이가 달리트에게 먹을 수 없는 것을 먹도록 강요하거나 옷을 벗겨 모욕을 주는 등 학대를 했을 때는 일반 형법상 죄를 저질렀을 때보다 더 간단하게 체포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었는데, 대법원은 이 법에 따라 이뤄진 신고 가운데 15∼16%가 허위로 드러나는 등 개인적인 원한 해결에 즉시체포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이 법 위반으로 공무원을 체포하려면 소속 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했으며 이 법 위반으로 구속된 피의자에게 종전에 인정되지 않던 보석 제도도 허용했다.
그렇지 않아도 인도에서 온갖 수모를 당하며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달리트들로선 대법원마저 기존 '보호막'을 거둬들여 버리자 크게 분노했고, 2일 인도 전역의 시위로 이어졌다.
인도 언론매체들이 대법원이 재심 심리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달리트들의 시위 재점화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달리트들은 대법원의 앞선 결정이 자신들에 대한 학대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2일 시위에 인도 전역에서 10만명이 참가해 철도와 도로를 점거하고 일부는 경찰에 돌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했다.
인도 중부 마디아 프라데시 주에서만 6명이 숨지는 등 지금까지 11명이 시위 과정에서 사망했다.
특히 마디아 프라데시 주 마찬드에서는 민원을 제기하러 온 상인을 경찰이 과격 시위자로 오인해 사살한 것으로 드러나 관련 경찰관이 입건될 것이라고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는 전했다.
비하르 주에서만 3천600명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전국적으로 시위 참가자 수천명이 연행됐다. 열차 100여편이 취소 또는 연착됐으며 도로 곳곳에서 통행이 차단됐다.
달리트 출신으로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 지역정당인 바후잔 사마지 당(BSP)의 마야와티 대표는 대법원 결정에 반대하며 달리트 시위를 지지하고 나서는 등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 인사들도 이번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사태가 확산하자 인도정부는 대법원의 달리트 보호법규 완화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이에 야당은 인도 정부가 대법원 결정 후 십여일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재심을 청구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는 4일 뉴델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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