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극에 깜짝' 서울교육청 "학교방문 예약제 검토"…실효논란
방배초 인질극에 조희연 교육감 "학교 보안강화책 조속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지난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대낮 인질극으로 학교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학교방문 예약제' 도입을 검토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3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배초 사건과 관련해 "학교 출입자의 신분확인을 철저히 하도록 지시했다"면서 "학교방문 사전예약제 등 학교 보안강화 방안을 조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방문 사전예약제 등 학교 보안강화 방안을 마련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방침이다. TF는 계약직인 공립초등학교 학교보안관과 달리 '자원봉사자'인 사립초와 중·고등학교 배움터지킴이들의 수당을 올리고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학교방문 사전예약제는 학생·교사·교직원이 아닌 경우 원칙적으로 미리 학교방문을 협의한 방문자만 학교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선 학교에서는 사전예약제라고 이름 붙이지만 않았을 뿐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기도 한다.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는 교사가 학교보안관에게 인적사항을 통보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다.
모든 학교에 사전예약제를 전면 도입하려면 검토할 사항이 많다.
우선 사전예약제는 학교 구성원 중 누가, 언제, 어떤 방문자를 만나는지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돼야 실효성이 생긴다. '낯선 사람'이 학교 어디에 있는지 구성원들이 알고 있어야 돌발행동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약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이번 학년도부터 10개 학교에 사전방문등록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경기도교육청은 방문객이 각 학교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예약하면 학교관계자의 승인 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방문 예약증을 보내주는 방식을 택했다.
사전예약제 시행을 위해서는 신원확인 등에 필요한 학교 보안인력도 늘려야 한다.
서울 공립초에는 현재 2∼3명의 학교보안관이 근무한다. 이들은 교대근무를 해 대부분 시간을 보안관 한 명이 학교를 지키게 된다. 가령 방배초는 보안관 2명이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4시와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나눠 일한다. 둘의 근무시간이 겹치는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를 빼면 학교를 지키는 보안관은 한 명이다.
초등학교 교사 김모(31)씨는 "대부분 신원확인을 철저하게 하지만 학부모 상담주간처럼 방문객이 몰릴 때는 학부모라는 말만 믿고 학교에 들여보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전예약제로 신원이 확인된 방문객을 들여보냈다고 해서 안전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중학교 교사 박모(30)씨는 "지난해 한 졸업생이 '선생님을 뵙겠다'며 찾아와 우리 반 학생을 상대로 학교폭력을 저지르려고 했다"면서 "당시 배움터지킴이는 얼굴을 아는 졸업생이라 신원이 확실하다고 생각해 출입시켜줬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긴급상황 시 자녀를 만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초등학교 4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임모(30)씨는 "방배초 사건을 생각하면 사전예약제로 외부인 출입을 관리하면 마음은 편할 것"이라면서도 "학교에 있는 아이들이나 선생님을 자유로이 만날 수 없다는 점에서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지금도 학부모들 가운데는 교사와 약속 없이 학교에 가는 경우는 없다"면서 "문제는 학부모가 아닌 사람 가운데 학교에 민원이 있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사전예약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어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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