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사용량 '위험수위'…"과대포장 당장 줄여야"
1인 가구 늘면서 포장재 사용 급증…플라스틱 사용량 2003년의 두 배로 늘어
선진국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제한' 정책 적극 검토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다시 인체에 유입…환경 기준도 없어 '걱정'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환경부가 비닐,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을 다시 분리 수거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은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포장재 등에 플라스틱 같은 일회용품을 활용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사용량이 늘어만 가는 일회용품이 미세 플라스틱과 같은 형태로 우리 몸에 다시 들어올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일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하루 평균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03년 하루 3천956.4t에서 2016년 하루 5천445.6t으로 40% 가까이 늘었다.
이런 결과는 유통이나 소비 패턴의 변화 때문인데, 특히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도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2016년 이미 27.8%에 달했다. 4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인 셈이다. 이런 변화에 따라 소규모 단위의 포장이 유행하고 있다. 당장 마트에 가면 알 수 있듯이 얼마 되지 않는 양의 식품 등이 스티로폼, 플라스틱에 포장돼 판매된다.
게다가 겉보기에 그럴싸한 과대포장이 느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플라스틱 등이 포장재로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고자 환경부는 매년 명절을 앞두고 전국 유통매장에서 집중 단속하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플라스틱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지금의 20배로 증가할 것"이라며 "유통, 소비 패턴 개선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2016년 9월에서 2017년 7월 사이에 실시한 제5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 결과를 보면, 종량제 봉투 폐기물의 53.7%가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었다. 생활 속 폐기물의 절반 이상이 재활용품인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일찌감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영국 환경부는 일회용 비닐봉지 유료판매 제도에 이어 플라스틱과 유리병, 캔 등에 보증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일회용 포장지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 포장지로 바꾸고, 커피 컵과 같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마이클 고브 영국 환경장관은 "플라스틱이 해양 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미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고,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줄인데 이어 이제는 플라스틱병에 대한 대응을 통해 바다를 깨끗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쉽게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은 결국 우리 몸속으로 다시 들어온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지난해 식약처 의뢰로 검사한 결과, 굴, 담치, 바지락, 가리비 등 패류 4종에서 미세 플라스틱(5㎜ 이하 플라스틱 조각)을 검출했다.
외국 연안에서 채집되는 굴에서 57∼1천218개, 담치에서 0∼1천365개, 바지락에서 90∼170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우리가 마시는 물을 공급하는 국내 정수장 24곳 중 서울 영등포·인천 수산·용인 수지 등 3곳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기도 했다.
더 걱정해야 할 것은 미세 플라스틱이 수질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설정돼 있지 않은 데다 아직 사람들이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되는 경로와 인체 위해성에 대한 검증 자료도 없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고쳐나가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재활용품 수거 관련 단기 대책도 엉성한 점이 많다. 수거와 재활용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환경오염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당장 '재활용 대란'을 막고자 환경부가 수도권 재활용품 선별 업체 48곳과 협의해 비닐, 스티로폼 등을 다시 수거할 수 있도록 했다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현장 점검 목적으로 방문한 경기도 광명시의 2천800세대 규모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비닐과 스티로폼이 수거되지 못한 채 수북이 쌓여있었다.
재활용품을 직접 거둬가는 수거 업체들에 최종적으로 '재활용품 수거' 조치를 요청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별 업체들만 접촉해놓고 '설익은' 대책을 내놨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애초에 선별 업체들이 비닐 등을 받지 않기로 해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수도권 선별 업체들과 합의해 다시 비닐 등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선별 업체에 재활용품을 가져다주는 수거 업체들이 수백 개에 달하기 때문에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계속 통보하고 있어 하루 이틀 안에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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