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미국처럼 고문 '눈독'? 지침 몰래 수정 중"
인권단체 "인권침해 방지조항 약화" 트럼프 따라가기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영국 정부가 자국 정보기관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지침서를 비밀리에 개정하고 있어 현지 인권단체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인권단체들은 특히 물고문 부활 의사를 시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물고문 전력으로 논란에 휘말렸던 지나 해스펠을 신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지명한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해당 지침을 약화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 정부에서 '통합 지침'으로 알려진 이 지침서는 2001년 미국 9·11 테러 이후 영국 정보기관이 타국의 수감자 고문 사건에 휘말리면서 2009년 그 존재가 알려졌다.
당시 통합 지침은 2002년 만들어진 버전으로, 영국 비밀정보국(M16)과 국내정보국(M15) 요원들은 이 지침에 따라 고문 등 인권침해가 자행되는 것으로 알려진 외국 정보기관에 용의자 신문을 넘기는 등 일명 '용의자 인도 작전' 계획을 여러 차례 도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자 영국 정부는 2010년 통합 지침을 개정하고 이를 일반에 공개했다.
당시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이 지침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과거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것이고, 미래에 무엇이 용인되고, 용인될 수 없는지에 대해 좀 더 명확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M15와 MI6 요원들은 한 개인에 대한 고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이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되며, 정보기관이 인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정보를 가진 수감자를 신문하기를 원할 경우 장관들만이 어떤 조처를 할지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이렇게 개정된 현행 통합 지침을 현재 비밀리에 재개정 중이라고 전했다.
이들 정보기관들의 업무를 규제하는 마크 월너 정보기관 감독관은 2016년 보고서에서 투명성과 책임 강화를 위해 영국 국무조정실은 통합 지침 개정 시 인권단체에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이번 개정 작업을 하면서 인권단체의 의견을 묻지 않아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개정 통합 지침에서 인권침해 방지조항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5개 인권단체는 최근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부 장관에게 보낸 공동 서한에서 "우리는 영국 정부가 비밀리에 고문에 대한 지침을 개정하거나 약화하려 할지도 모른다고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국가안보를 위해,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폐지한 고문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크게 우려했다. 외교안보 정책 전문가들은 안보를 위한 고문 필요성에 유혹을 받는 국가나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는 권위주의 정권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을 고문허용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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