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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문 대통령의 새 북핵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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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문 대통령의 새 북핵 해법
<YNAPHOTO path='C0A8CA3D00000162705024B8001A038B_P2.jpeg' id='PCM20180329000261044' title='남북정상회담 4월 27일 개최 (PG) [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caption=' ' />
'일괄 타결론'엔 선 긋고 '단계적 타결론'과 차별화…'제3의 길'
기존 2단계 해법보다 세분화될 듯…합의이행 보장 장치 필요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새로운 북핵해결 방법론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다음 달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비핵화를 향한 큰 틀의 로드맵이 나오지 않는다면 북핵 문제와 필연적으로 연계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관계의 근본적 발전 방안이 '의미있게' 논의되기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장 현실성이 떨어지는 '일괄 타결론'과 분명히 선을 긋고 과거 실패한 '단계적 타결론'과도 차별화된 새로운 해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으로 불리는 일괄 타결론은 현재 미국의 '매파'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과거 수차례의 오류를 되풀이해온 단계적 타결론에 대한 반성 위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지 않다. 수없이 세분화된 단계를 거쳐 마지막에 핵폐기를 이뤄내는 개념의 기존 방식은 실제로 핵폐기 단계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핵동결 수준에만 맴돌았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시간벌기'에만 이용됐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바로 핵폐기 단계로 가자는 '일괄 타결론'은 과단성있는 접근이기는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고, 자칫 모처럼 만들어진 '판'을 깰 소지가 있다. 과거보다 핵능력을 크게 고도화하고 미국 본토까지 사거리로 삼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료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과거 수차례 실패가 입증된 단계적 접근방식을 고스란히 재연하는 것 역시 마땅치 않다는데 고민이 있다. 북한이 이번에는 핵폐기를 의도적으로 지연하려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지 않는다고 누구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으로서는 두 가지 접근방식을 절충한 '제3의 방법론'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장 개연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정상 차원에서 큰 틀의 비핵화 목표와 로드맵을 일괄 타결 짓되, 이행은 단계적으로 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정상들이 공동선언 형태로 북한의 핵포기 의지를 확인하고 나아가 핵폐기 단계까지 명시한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되, 로드맵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는 '행동 대 행동'의 방식의 단계적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다.
<YNAPHOTO path='C0A8CA3D00000162177195F300078C08_P2.jpeg' id='PCM20180312000027044' title='북미정상회담 (PG) [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caption=' ' />
이는 1차 북핵 위기의 소산인 1994년 제네바 합의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이번에는 과거의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 합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세밀한 '보완장치'를 설계해야 한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지적이다. 합의이행 초기 단계에서부터 과도하거나 불가역적인 반대급부를 주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지난달 31일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연설에서 "가장 좋은 것은 포괄적이고 일괄적인 타결로, 우리 정부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이를 주장할 것"이라며 "다만 합의를 집행하고 이행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런 원칙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행은 순차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꺼번에 줬다가(북한의 요구를 들어줬다가) 북한이 말을 안 들으면(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다. 단계별로 주고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주목할 점은 어떤 단계를 거치느냐이다. 문 대통령은 당초 핵동결을 '입구'로 하고 핵폐기를 '출구'로 하는 2단계 해법을 제시했지만, 실제 합의과정에서는 보다 세분화된 단계가 필요해 보인다. 핵동결에 이어 핵시설 신고가 필요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전문가그룹의 사찰이 진행된 다음 불가역적 핵시설 폐기국면에 진입하는 4∼5단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볼 때 외교가에서 '일괄타결론'이냐 '단계적 타결론'이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협상의 실체와는 무관한 개념적 논쟁에 불과하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일 "배치되지 않는 개념을 놓고 서로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논란을 벌이는 '예송논쟁'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북핵 합의는 기본적으로 남북미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구도의 틀에서 이뤄지는 게 외교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고 이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다만 현재의 북핵협상은 '운전석'에 앉아있는 문 대통령에게 사실상 '일임'되어 있는 독특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주도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문제의 직접적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남북미 사이에 북핵과 관련한 큰 틀의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와 이행 의지를 '구속력있게' 확인하는 합의 또는 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rh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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