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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이집트·리비아·시리아, 민주화는 까마득
대선논란에 독재자 아들은 재기 노려…예멘·시리아는 내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최근 이집트 대통령 선거(3월 26∼28일)를 계기로 2011년 중동과 아프리카를 휩쓴 이른바 '아랍의 봄' 국가들에 관심이 쏠린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열기는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예멘 등으로 퍼지면서 독재정권을 잇달아 무너뜨렸지만, 지금은 크게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집트 대선은 지난 7년간 민주화가 퇴보한 현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압델 파타 엘시시(64)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적이지만 민주화는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대선을 앞두고 사미 아난 전 육군참모총장 등 잠재적인 후보들이 잇따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체포되거나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명 정치인인 무사 무스타파 무사(66) '가드당' 대표만 경쟁자로 출마했다.
이집트 당국은 사흘 동안 진행된 투표 기간에는 투표율을 높이려고 유권자들에게 협박과 회유를 일삼았다고 외신들이 지적했다.
게다가 이집트 국민은 벌써 엘시시 대통령이 30년간 철권으로 통치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엘시시 대통령이 앞으로 3선 연임을 금지한 헌법을 개정함으로써 장기집권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집트의 이웃국가인 리비아는 '아랍의 봄'을 통해 국제적으로 악명 높은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를 권좌에서 끌어냈다.
그러나 국민의 기대와는 반대로 다양한 무장세력이 권력을 잡으려고 경쟁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리비아 통합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총선과 대선을 치르겠다고 약속했지만, 투표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달 중순 카다피 전 원수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45)는 측근을 통해 올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카다피의 후계자로 유력했던 알이슬람은 대량학살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5년 리비아 트리폴리 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유엔은 그와 관련된 사건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길 것을 요구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알이슬람의 재기가 리비아의 '아랍의 봄'에 종언을 고할 결정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리아와 예멘은 비극적인 내전으로 민주화와 멀어졌다.
시리아는 2011년 3월 야권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퇴진 운동과 정부군의 유혈 진압으로 촉발된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은 멈추지 않았다.
최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동구타와 북서부 쿠르드 도시 아프린에서는 터키군의 공습 등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했다.
예멘의 경우 2011년 말 민주화 시위로 이듬해 2월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가 하야했고 부통령이었던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가 과도정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기대가 컸다.
그러나 2015년 2월 후티 반군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습으로 내전이 본격화됐다.
예멘에서는 지난 3년간 폭격과 교전 등으로 1만명이 숨지는 등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다.
'아랍의 봄'에서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국가는 북아프리카의 튀니지다.
튀니지는 2011년 1월 군중시위를 통해 25년간 장기집권한 벤 알리 대통령을 몰아낸 뒤 민주정부를 세웠고 이는 다른 국가의 반정부 시위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도 테러에 따른 관광산업 악화 등에 따른 경제 문제로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올해 1월에는 튀니지에서 물가 급등 등에 불만을 품은 반정부 시위가 1주일가량 벌어졌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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