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넘긴 스파이 암살시도 기밀이 러 외교관 집단추방 끌어내
동맹들에 '스파이 암살 배후는 러시아' 설득하려고 전례없는 수준 정보들 전달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암살 기도가 러시아 정부에 의한 소행이라는 것을 설득하려고 영국 정부가 동맹들에 전례 없는 수준의 정보를 전달했다고 진보 일간 인디펜던트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이들 정보가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 미국 등 세계 25개국이 스파이로 의심되는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150여명을 집단 추방하는 단합된 행동을 끌어낸 정보 열쇠였다고 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12일 하원에서 이번 사건에 사용된 신경작용제가 1970~1980년대 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노비촉'(Novichok)으로 밝혀졌다면서 러시아 정부에 해명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메이 총리는 "러시아 국가 이외 책임이 있다는 다른 타당한 설명이 없다"며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앞서 지난 4일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영국 남부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앞 벤치에서 미확인 물질에 노출된 뒤 쓰러진 채 발견됐다.
신문은 영국 정부가 동맹들에 넘겨준 정보들에는 민감한 보고서들과 해당 독성물질 샘플을 분석한 영국군 연구소가 내린 결론들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보통 '파이브 아이즈'하고만 공유하는 고급 기밀이 동맹들에 제공됐는데 마크세드윌 국가안보보좌관이 직접 유럽연합(EU) 이사회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이사회에 직접 전달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 정보기관들이 운영하는 정보공유 체계를 말한다.
한 영국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동맹들과 전례 없는 수준의 정보를공유했다"고 밝혔다.
이들 정보는 동맹들의 정보당국 수장들뿐만 아니라 정책당국자들 사이에서 신중하게 공유됐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10년 이내에 러시아가 암살을 목적으로 신경작용제 공격 기법을 연구했을 뿐 아니라 '노비촉'을 만들고 비축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보공유가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한 영국 정부의 판단을 적극 지지하는 데 처음에 주저했던 일부 국가들의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EU 외무장관들은 지난 20일 성명에서 "우리는 러시아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영국 정부의 발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적극 지지한다는반응에는 부족한 입장이었다.
한편 메이 총리는 이날 러시아 위협들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을 동맹들에 촉구했다.
메이 총리는 의회에서 "어제는 무모한 공격 행위에 대한 우리의 반응에서 중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제기하는 도전들에 대한 장기적 대응들과 관련해 국제 파트너들과 협력해 할 일이 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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