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 "국정교과서에서 '새마을운동 한계' 빼라"
편찬기준서 삭제 요청…남북평화활동·환경오염·양극화도 삭제대상
초고본 오류투성이…국사편찬위 내부서도 "위안부 서술 전문성 떨어져"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며 새마을운동 관련 부분을 비롯해 교과서 편찬기준의 세부 내용까지 영향을 미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조사결과 보고서를 보면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개발하던 2015년 9월 말께 청와대 행정관이 교육부에 21개 '수정요구'를 담은 문서를 전달한다.
편찬기준은 '교과서 작성 가이드라인'이다.
당시 문서에서 청와대는 동학농민운동 관련 내용과 독립협회 활동의 한계를 담은 내용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는 또 남북의 평화 모색 활동과 관련한 내용도 없애달라고 요구했다.
실제 2016년 11월 공개된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은 "북한의 3대 세습체제를 비판하고 핵 문제는 최근 북한의 동향의 심각성에 관해 서술하며,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 군사도발과 피해상을 기술한다"는 등의 내용이 신설돼 북한에 대한 비판이 한층 구체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는 편찬기준 가운데 "새마을운동 성과와 한계를 서술한다"는 문장에서 '한계'를 빼고 그 자리에 '의의'를 넣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후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에는 이전 검정교과서 편찬기준에 있던 '새마을운동을 서술할 때 그 성과와 한계를 서술한다'는 내용이 사라지고 '새마을운동이 농촌 근대화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고 이 운동이 최근 개발 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음에 유의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청와대는 경제발전 과정과 관련한 항목에서 '사회 양극화'와 '환경오염'을 삭제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청와대가 전달한 수정의견 21건 가운데 18건이 편찬기준 최종본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했다.
또 2016년 5월 완성된 국정교과서 초고본은 국사편찬위원회 내부에서 보기에도 엉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국편 편사연구직 24명이 초고본을 검토했는데 내용 오류나 통설과는 다른 서술은 물론 교육과정과 편찬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문장이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자기표절'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서술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적됐다.
아울러 비자발적 친일행위는 담고 자발적 친일행위 서술은 누락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일본에 우호적인 근대개혁과 관련한 서술은 '전면개선'이 권고됐다.
독립운동과 관련해 감정적 표현이 많고 외교를 통한 독립운동을 지나치게 강조한 점, 정부수립 과정과 의의에 관한 서술 미흡, 독재의 문제점을 명확히 쓰지 않고 북한의 안보위협 때문인 것처럼 기술한 점 등도 개선이 요구됐다.
동북아시아 역사 갈등과 관련해 정부 공식입장과 다른 서술이 실린 점과 경제성장과 외환위기 극복 시 정부와 기업 역할을 다룬 서술이 많은 점도 문제가 됐다.
초고본 검토 시 문제로 지적된 사항은 중학교 역사교과서가 1천115건,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가 1천181건에 달했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